미국 하버드 대학이 발간하는 세계적 권위의 경영 저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4년 9월호에는 '기소 유예·불기소 협약(이하 불기소 협약)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불기소 협약'은 범죄를 저지른 기업이 내부 윤리 규정 강화 등 일정한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 기소하지 않고 과징금 등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기소 대신 과징금을 낸 기업 가운데 97%는 이사회 교체나 윤리 규정 강화 등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 사법 당국이 불기소 합의 제도가 대기업을 기소함으로써 발생하는 기업, 고용자, 소비자 그리고 경제 전반에 대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이른바 '화이트 칼라' 범죄라고 하는 경제 관련 범죄를 기소하는 사례가 갈수록 줄고 있다.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을 하는 대신, 과징금을 부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시러큐스대학이 뇌물·사기 등과 관련된 범죄를 분석한 결과, 2015년 미국에서 '경제 범죄'로 기소된 건수는 6897건이었다. '경제 범죄' 기소는 2011년 1만건을 웃돌았으나, 이후 줄곧 줄고 있다. 이런 감소 추세는 '경제 범죄' 자체가 줄었기 때문은 아니다. 시러큐스대학 연구팀은 "경제 범죄에 대한 사법 당국의 태도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에서도 '경제 범죄'를 기소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유전무죄' 논란이 있다. 일부에선 "기업·금융의 영향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 처분이 더 합당하다"는 시각이 많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 범죄를 처벌하려다, 자칫 기업 자체가 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이런 위험을 피하면서 기업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불기소 협약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