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인허가 규정 8년만에 개정...배터리 규범 인증과 연계 대목 없어
"WTO 의견 반영" 강조해 제도적으로 무차별 부각...한국 배터리 불확실 여전

중국 정부가 8년만에 신에너지자동차 인허가 규정을 개정해 7월부터 시행한다. 우저우룽이 만든 하이브리드 버스가 선전시내를 달리고 있다.

중국이 전기자동차 생산기업 인허가 규정을 8년만에 개정하면서 배터리 규범 인증 대상과 연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달 8일 발표된 새로운 전기자동차 보조금 대상 선정 규정에서도 배터리 규범 인증을 연계하지 않은 데 이은 것이다.

최소한 제도적으로는 중국에서 배터리 규범 인증을 받지 못한 삼성SDI와 LG화학의 판로를 막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생산기업 인허가 규정을 배터러 규범 인증과 연계할 경우 한국 배터리기업의 중국 시장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해왔다.

공신부가 앞서 2015년 5월 시행한 전기차 배터리 규범인증에 따라 4차례에 걸쳐 57개 인증기업을 선정했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은 탈락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가 17일 웹사이트에 올린 ‘신에너지자동차 생산기업 및 제품 진입 관리규정’최종안에는 전기차 생산 자격을 얻는 요건에 배터리 규범인증을 통과한 배터리를 탑재해야한다는 대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7월1일 시행되는 이 규정은 2009년 6월 제정된 전기차 인허가 규정을 대체한다. 공신부는 이달 6일 새 규정을 공포하고 17일 웹사이트에 발표했다. 2015년 8월부터 새 규정 초안 작성이 시작됐으며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작년 2분기부터 이 초안에 배터리 규범인증 연계내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8월 발표된 공개의견 수렴용 초안에 배터리 규범 인증 연계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고, 이번에 확정된 최종안에도 이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제도적으로는 한국 배터리기업의 시장진입을 원천 차단하지 않게됐다”고 전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피소 당할 가능성을 염두해둔 것으로 보인다.

공신부는 실제 웹사이트에 올린 새 규정 해설 질의응답 코너에서 작년 12월 초안을 WTO에 보내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배터리 업계에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의 자국 배터리기업 육성을 위한 보호주의 조치와 지난 7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경제보복으로 의심되는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공신부가 지난해 5차례에 걸쳐 진행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모델 선정과정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공신부는 작년 1월부터 4월초까지 3차례, 12월에 두차례 등 총 5차례에 걸쳐 전기차보조금 대상 차량모델을 선정했다. 한국 배터리업계의 경쟁력이 가장 강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버스는 작년 1월부터 보조금 대상에 제외됐다.

전기버스와 달리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승용차와 전기 트럭은 공식적으론 규제대상이 아니었고, 이에 따라 4월초까지 이뤄진 1~3차 보조금 대상 차량모델에는 한국 배터리 탑재 승용차도 포함돼있었다.

작년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승용차 모델로 보조금 대상 리스트에 오른 장화이(江淮)자동차와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해당 모델 판매를 중단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강화된 한류(韓流)제재 처럼 경제보복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공신부는 작년 12월 4차 보조금 대상 차량모델을 발표할 때부터 트럭 등 물류차를 포함시켰는데 한국 배터리 탑재 트럭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5차 보조금 대상을 발표한 작년 12월29일엔 한국 배터리 탑재 승용차와 트럭을 보조금 대상에 올렸다가 반나절만에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확한 이유는 설명되지 않고 있다.

공신부가 7월부터 시행하는 새 전기차 인허가 규정은 인허가를 획득한 전기차 업체도 자동차에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 생산과 판매를 중단해야할 만큼 안전을 강조한게 눈길을 끈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이미 판매중인 전기차에 대한 안전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자동차 보유자에 대한 정보를 누설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공신부는 2011년 이후 31건의 전기차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며 전기차에 대한 안전 요구를 강화하는 새규정 제정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이 된 중국은 2015년부터 전기차 시장도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먀오웨이(苗圩) 공신부 부장(장관)은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2017 중국 전기차 100인포럼에서 오는 2020년까지 연간 신에너지자동차 생산량을 200만대로 끌어올리고, 2025년 신에너지자동차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이상으로 높이는 목표를 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 대비 13.7% 증가한 2800만대의 자동차가 팔렸고, 이 가운데 신에너지 자동차는 50만대로 53% 늘었지만 비중은 1.8%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