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 시각)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허니문(당선 후 우호적 분위기)'은커녕 이례적으로 낮은 취임 전 지지도와 대대적인 반대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미 언론은 벌써부터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 갤럽이 미 전역의 성인 1032명을 조사해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44%를 기록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에서 51%로 늘었다. 취임을 앞둔 미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밑도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직전 지지율은 83%에 달했다. 오히려 퇴임을 앞둔 오바마 지지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트럼프처럼 대선 총득표수에선 뒤졌지만 선거인단을 더 확보해 당선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취임 직전에는 61%의 지지율을 얻었다. 트럼프도 당선 직후 1~2주간은 인기가 반짝 상승했으나, 곧바로 사그라들었다. 보수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일반적으로 당선 후 100일 정도는 '허니문 효과'를 누리지만, 트럼프의 허니문은 이미 공식적으로 끝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취임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가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1000여명의 반(反) 트럼프 시위대가 맥퍼슨 광장에서 트럼프의 이민자 반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취임식 앞두고 흑인운동가와 설전…트럼프 정통성 시비 확산]

트럼프 취임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는 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마이애미·로스앤젤레스·피닉스 등 50여개 도시에서 반(反) 트럼프 집회와 시위가 열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4일 워싱턴DC에선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1000여명의 시위대가 '우리는 모두 미국' '트럼프의 증오에 저항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취임식(20일) 당일 워싱턴DC에 '반(反) 트럼프 세력'이 한꺼번에 몰리면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트럼프 측은 취임식 축가를 부를 가수를 섭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셀린 디옹, 엘튼 존, 안드레아 보첼리 등 요청을 받은 유명 가수들은 줄줄이 퇴짜를 놓았다. 토니상(공연계 아카데미상)을 받은 뮤지컬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는 애초 승낙을 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 "미국 국민을 위해 취임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축제'였던 미 대통령 취임식이 이번에는 '시무식' 분위기로 열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톰 버락 취임식 준비위원장은 "당선인이 서커스 같은 분위기를 피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흥행 저조'를 물타기 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가 처한 상황은 그의 '거친 입'이 자초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당선 이후 보여준 말과 행동이 지지층의 마음까지 돌아서게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대선 내내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그의 '화끈한' 언행은 경기 침체와 실업난에 불만이 많은 백인 중·하층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그의 발언은 선거 뒤 반대층 끌어안기는 물론 지지층 단속에도 실패하는 원인이 됐다는 관측이다.

최근 트럼프는 자신의 취임식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날을 세웠다. 흑인 인권운동가 출신인 존 루이스 하원의원(조지아 주)이 취임식 불참 의사를 밝히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끔찍하고 무너져 가는 지역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나 신경 쓰라"고 적었다. 이후 불참을 통보한 민주당 의원은 8명에서 17명으로 늘었다.

트럼프의 '독설'은 국제 사회도 우려하고 있다. 14일 앤서니 가드너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권 인수위가 EU와 통화할 때 첫 질문이 '(영국 다음으로) EU를 이탈할 나라는 어디인가'여서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미국 정부가 유럽 분열을 부추기는 '치어리더'가 되어선 안 된다"며 "유럽 분열을 지원해 미국이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취임 전 트럼프는 일자리 등 경제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트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WP는 "자신의 납세 공개를 꺼리고 있고, 러시아 대선 개입을 계속 부인하다가 최근에서야 마지못해 인정하는 등 트럼프 신뢰도에 흠집이 났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