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2010년 북한군에 폭침된 천안함 기념관이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사드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는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또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전체적으로 정치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16~19일은 부산·광주·대구·대전 등을 돌며 노무현 전 대통령 묘지와 세월호 참사 현장인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는다. "기회가 되면 촛불 집회에도 참석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지역과 좌우(左右), 계층을 아우르는 '통합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비전문가들이 봐도 분명한 폭침” - 반기문(가운데) 전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비전문가들이 봐도 분명한 폭침”이라며 “고귀한 희생을 하신 해군 장병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왔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천안함 기념관을 찾아 기념비에 헌화하고 장병을 격려했다. 그는 "천안함 해군 장병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왔다"며 "안보에는 '두 번 다시'가 없다. 안보 태세를 공고히 하고,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두 동강 난 천안함 선체를 보며 "비전문가들이 봐도 분명한 폭침(爆沈)"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사드 배치에 대해 "사드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고 순수한 방어용 무기"라며 "한반도 안보 현실이 준(準)전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사드 배치) 조치는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선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자신이 내건 '정치 교체'를 '정권 연장'이라 비판한 데 대해 "정권 교체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같은 (현행) 제도 내에서 (집권)하다 보면 같은 과오를 계속할 가능성이 많다"며 "선거제도, 정책 결정 방식 같은 전체적인 정치제도를 개혁하고 국민과 정치인들의 행태·사고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그는 "조만간 (정치 교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전문가와 협의해 발표할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4일 충북 음성의 꽃동네에서 요양 중인 노인에게 턱받이 앞치마를 두르고 죽을 떠먹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전날(14일)엔 고향인 충북 음성과 학창 시절을 보낸 충주를 찾았다. 반 전 총장은 음성에 있는 부친 묘에 들러 귀국 인사를 하고 음성 꽃동네를 찾아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의 손발을 주무르는 등 봉사 활동을 했다. 이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이 턱받이 앞치마를 입은 채로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도되면서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누워 있는 환자에게 죽을 먹이면 되느냐" "턱받이를 왜 환자가 아닌 반 전 총장이 했느냐" 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잘 갈린 미음을 조금씩 드시게 한 것이고 (턱받이) 복장도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안내를 담당한 꽃동네 윤시몬 수녀는 본지 통화에서 "할머니께 미음을 조금씩 드시게 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고 턱받이 앞치마는 꽃동네 봉사자면 누구나 하는 복장"이라고 했다.

[반기문 "새총에도 맞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반 전 총장은 이어 충주에 사는 모친 신현순씨를 찾아 인사하고 충주 시민 2000여명이 모인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의 아들로 갔다가 10년이 지나 다시 충주의 아들로 돌아왔다"고 하자 시민들은 '반기문!'을 외쳤다. 반 전 총장은 행사 뒤 '충청 대망론(待望論)'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충청을 위해서만 일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촛불 집회에 나가 국민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기회가 되면 참석하겠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1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전국을 돌며 민생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16일에는 경남 거제 조선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부산에서 대학생들과 만난 뒤 자갈치시장을 찾는다. 17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지를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 아내 권양숙 여사를 만난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전남 진도 팽목항도 찾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할 계획이다. 18일에는 광주(光州)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대구로 건너가 최근 불이 난 서문시장을 찾고 19일에는 대전 국립현충원과 대덕단지를 방문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반 전 총장은 마을회관 등에서도 숙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 전 총장은 15일 고(故)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빈소도 찾았다. 반 전 총장은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사회복지수석을 지낸 고인과 함께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