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역사 | 마야 룬데 지음 | 손화수 옮김 | 현대문학 | 608쪽 | 1만6000원
벌이 멸종하자, 벌(罰)이 시작된다. 민주주의는 작동을 멈추고, 사회와 문명도 무너진다. 전 세계 인구는 10억명으로 줄어든다.
1852년 영국 동물학자 윌리엄, 2007년 미국 양봉업자 조지, 2098년 중국 여성 노동자 타오.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세 화자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곡물 종자 가게 주인으로 전락해 좌절하던 윌리엄은 인생을 바꾸기 위해 '특수 벌통'을 개발하고, 양봉업자가 되길 거부하는 장남과 갈등을 겪던 조지는 남쪽 지방에서 벌이 멸종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중국 쓰촨 농장에서 인공 수분을 하던 타오는 어느 날 세 살배기 아들이 실종되면서 각성한다. 줄거리가 진행될수록 복선으로서의 벌이 이들의 구체적 삶을 오가며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그 무늬가 드러나게 된다.
이미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으며 '자연을 건드리지 말라'는 이 같은 주제의 각종 다큐멘터리나 서적도 상당수다. 주제만으로 솔깃한 소설이 아닌 이유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어가게 하는 힘은 생태 위기를 경고하는 메시지에 앞선 두려움이 자아낸 스릴러와 이를 극복해나가는 인간의 드라마다.
저자는 어린이·청소년용 소설가이자 어린이 드라마·코미디 등 TV용 극본을 써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시나리오 작가. 책의 가독성을 보증하는 이력이다. 2015년 노르웨이서점협회 올해의 작품상 수상작인데, 데뷔작이 수상작으로 뽑힌 건 상 제정 68년 만에 처음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