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3자 뇌물죄? 단순 뇌물죄?... 특검의 고민]

이재용(49·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뇌물 공여 혐의 피의자로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전무 시절이던 2008년 2월 조준웅 특검팀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지 9년 만이다. 2015년 국내 법인 기준 연(年) 매출 270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 삼성 총수가 뇌물죄 혐의로 특검에 불려나온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대치동 특검팀에 나와 "국민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추진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에 대한 대가로 박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61)씨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이날 "대통령의 (강압적) 요구에 따라 지원한 것이지, 대가를 바라고 준 게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로 처벌하려면 '대가성'을 입증하는 게 핵심이다. 특검팀은 대가 관계를 입증할 진술과 증거가 상당 부분 확보됐다고 했다. 삼성 합병이 성사된 직후 이뤄진 지난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두 번째 독대에서 박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맡은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 한화(전 승마협회 회장사)만큼도 못 하면 어떡하냐"고 질책했고, 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도 요구했다는 진술을 삼성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그 직후 박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양측의 대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먼저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고, 삼성 합병은 재단 출연이나 최씨 지원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뤄진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특검팀이 제3자 뇌물죄에 비해 대가성을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단순 뇌물죄를 적용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삿돈을 뇌물로 쓴 것이 확인되면 횡령·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 국조특위는 이날 이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