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기다리는 취재진과 시민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가득 메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편의점이 눈에 띄자, 방향을 바꿔 쑥 들어갔다. 그는 편의점 안을 한 바퀴 돌더니 500㎖ 생수 한 통을 집어들고 직접 계산했다. 목이 마른 모양이었다. 편의점 밖에는 수행원과 지지자, 취재진 등 100여명이 그가 물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몰렸다. 그러자 편의점 진열대가 일부 파손되고 진열된 과자 봉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편의점 직원은 사색이 됐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오후 5시 38분쯤 자주색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부인 유순택씨와 함께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도 직접 찾았다고 한다.

반기문 전 총장을 지지하는 시민이 내건 현수막(위)과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시민이 든 현수막(아래).

반기문 팬클럽 ‘반딧불이’를 비롯해 모교인 ‘충주고 동문회’, ‘화이팅 반기문 국민연대’ 등 여러 반기문 지지단체들이 모여 “반기문! 반기문!”, “반기문 만세” 등을 연호하며 반 전 총장을 맞았다. 일부 시민들은 “반기문은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말고 각성하라”고 외치며 지지자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입국장에 몰린 인파와 내외신 취재진 500여명이 입국장을 가득 메웠다.

반 전 총장은 입국장 도착 후 약 20분간 취재진 앞에서 귀국 소감을 밝히고 질문에 답변도 했다. 반 전 총장은 평소와 달리 매우 힘 있는 목소리로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 데 노력을 하는 그런 의지가 있느냐는 거라면 저는 분명히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말씀드렸고 그 마음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단호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면서 주먹을 쥐는 제스처도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생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르자 수행원, 지지자, 취재진 등이 몰려 편의점 진열대가 파손됐다. 반 전 총장이 공항 내 라운지에 들어가자 입구를 막은 수행원과 시민 사이에 몸싸움이 생기기도 했다.

회견을 마친 반 전 총장은 지하 1층으로 내려가 공항철도 탑승장으로 향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이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민들을 최대한 가까이서 만나고 싶다”며 대중교통 이용을 결정했다. 그는 무인발권기에서 철도 티켓도 직접 끊고, 편의점에서 직접 생수 한병을 사는 ‘소탈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전동차 안에선 몰려든 지지자를 제지하는 수행원들 때문에 정작 ‘시민과의 만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반 전 총장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취재진, 지지자들과 수행원들 사이에 몸싸움과 고성도 심심치 않게 오갔다.

공항철도를 타고 오후 7시 30분에 도착한 서울역에서도 1000여명 이상의 인파가 반 전 총장을 맞이했다. ‘귀국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지지자들이 ‘인의 장벽’을 만들어 그가 승용차까지 가는 통로를 만들었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반기문! 반기문!”을 연호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악수하거나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일부 시민들은 인파로 꽉 막힌 서울역을 보며 “질서가 없다”, “왜 이렇게 난리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서울역을 벗어나 사당동 자택으로 가는 승용차를 타기까지 30분 이상 걸렸다.

12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역에선 1000여명 이상의 인파가 반기문 전 총장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