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고발된 폴크스바겐 한국법인에 대한 11개월 동안의 수사를 마치고 주요 책임자와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최기식)는 11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총괄사장,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현 르노삼성자동차 대표) 등 폴크스바겐 한국법인 전·현직 임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AVK 법인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돼 이달 6일 1심에서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은 윤모 AVK 인증담당 이사도 추가 기소했다.

이른바 ‘디젤게이트’는 2015년 9월 미국 환경보호청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실을 발표하며 불거졌다. 독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일제히 수사에 착수했고, 한국에서도 지난해 1월 환경부 고발과 더불어 수사가 본격화됐다.

배출가스 조작 원리.

AVK는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 아우디AG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폭스바겐코리아, 아우디코리아 2개 사업부서를 두고, 폴크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4개 브랜드의 자동차를 수입·판매하는 법인이다. 아우디AG 본사가 AVK 총괄사장으로 독일 국적자를 파견해 왔다.

검찰에 따르면 AVK는 2011년 7월~2013년 8월 유로5 기준 15종 총 4만6317대, 2015년 12월~2016년 1월 유로6 기준 2종 총 102대 등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에 맞지 않는 디젤차량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5년 4월~2016년 3월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받지 않고 15개 차종 총 1542대를 수입한 혐의, 2013년 7월~2015년 12월 배출가스 변경인증을 받지 않고 부품을 무단 변경한 24개 차종 총 3만9626대를 수입한 혐의(이상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소음·진동관리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은 AVK가 차량을 들여오기 위해 자체 시험결과가 담긴 서류를 조작·제출해 인증을 받아낸 데 대해 사문서변조·행사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 조사결과 AVK는 2010년 8월~2015년 1월 149건의 배출가스·연비 등 시험서류를 임의로 고쳐서 제출했고, 그 결과 28건의 배출가스·소음인증, 47건의 연비승인을 받아냈다. 골프 1.4 TSI 차종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초과로 불합격판정을 받자,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를 몰래 바꿔 인증을 받아내기도 했다.

범행 개요도.

검찰은 AVK가 미리 정한 신차 출시일정에 맞추기 위해 불법인증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배출가스, 소음, 연비 등을 인증·승인받는 데 필요한 시험서류는 독일 본사에서 제때 건너오질 않았고, 국립환경과학원이나 한국에너지공단의 심사 자체는 서류로 대체되는 틈을 노린 것이다.

독일 본사 인증부서 역시 ECU 무단 변경 사실 등을 감추고 거짓 해명서를 내도록 AVK를 부추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트레버 힐 전 AVK 총괄사장, 배출가스 인증 그룹장 S씨 등 본사 임원 2명을 불러 조사한 뒤, 힐 전 사장의 경우 재임 시기(2007년~2012년)에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고 이날 함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관련 독일 외 본사 임원을 직접 조사한 건 한국 검찰로서는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본사는 국가 간 법규 차이를 주장하며 한국에서의 형사책임을 부인하고 있지만, 환경부 검사결과 및 각종 물증을 토대로 법 위반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 임원 소환 조사 등 다국적기업 수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상 미비점을 개선해 유사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구체적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검찰 수사 이후 환경부 전수조사 과정에서 포르쉐, 닛산, BMW 등 3개사 10개 차종의 경우 시험서류 조작이 추가로 적발됐다. 검찰은 추가 적발 업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