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지연작전에 '헌재의 옐로카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계속 파행이다. 10일 열린 3차 변론 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된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이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세 명은 최씨 국정 농락의 핵심 관련자다. 이날 변론이 탄핵 심판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셋 다 출석하지 않아 변론은 맥 빠진 상태에서 종료됐다. 앞서 5일 변론 때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불출석했다. 이·안 전 비서관은 아예 잠적한 상태다.

묘한 것은 증인들 불출석 사유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특검 수사와 형사재판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최순실씨는 특검이 부르면 '헌재에 간다'고 하고, 헌재가 부르면 '특검에 간다'고 한다. 박 대통령 측도 헌재 심판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19일 만에 제출한 '세월호 7시간 행적' 자료가 부실해 다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헌재 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이정미 재판관 임기가 3월 13일로 끝나면 헌재 재판관이 7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최소 6명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판관 숫자가 적을수록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 여론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다. 5일의 2차 변론 기일에선 박 대통령 측 변호인이 '촛불 시위 주동은 주체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등 정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금의 국가적 혼란 사태는 박 대통령이 초래한 것이다. 최소한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국정 공백을 최단 시일 내에 매듭지어야 한다. 헌재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박 대통령부터 헌재에 나와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