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작년 9월 내놓은 10억엔(약 103억원)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위안부 합의에 비판적인 국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100억원 남짓한 돈을 받고 국민의 자존심을 팔아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이 이 10억엔을 일본 공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이전의 대가처럼 얘기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10억엔이라는 액수보다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에 무게를 두고 이 돈을 받아들였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의 사죄·반성 표명과 함께 "일본 정부 예산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로서 10억엔 정도"를 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총리가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상금 성격으로 풀이할 여지를 둔 셈이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는 위안부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다. 일본 측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은 이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난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일본이 1990년대 설치한 '아시아여성기금' 등 민간 기금으로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민간 기금이 아닌 일본 정부 예산을 내놓는다는 점을 우리 정부는 의미 있는 성과로 자평했다.

다만 2015년 합의에서 배상금이라는 명확한 단어를 사용하지는 못했다.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감안한 결과였다. 대신 10억엔의 성격을 "일본의 책임 이행 조치"란 모호한 말로 규정하고 각자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결과적으로는 이 같은 모호성이 현재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은 합의 직후부터 국내 정치권·언론 등에 "10억엔은 법적 배상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10억엔 지급이 소녀상 철거·이전과 연계된 것처럼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일본의 반응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10억엔을 받고 소녀상 이전을 이면합의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10억엔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돈은 작년 7월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건네졌다. 12·28 합의 당시 생존해 있던 위안부 피해자 46명 중 34명이 수령 의사를 밝혔고, 현재까지 31명의 피해자에게 각 1억원씩이 지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