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이번주 피의자 소환… '블랙리스트' 사법처리 돌입 ]

특검은 8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종덕 전(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특검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공식 확인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로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이 리스트를 만들고 교문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리스트가 만들어진 2014년 무렵 정무수석이었던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김기춘 전 실장도 곧 소환할 방침이다.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예술인 수가 1만명 가깝다고 한다. 리스트 작성에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국정원, 문화체육부 장·차관 등 관련 국가 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특정인이 법률을 위반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생각 때문에 국민 세금 지원을 차별한다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는 문화예술이 숨을 쉴 수 없다. 이 정부가 내건 '문화 융성' 기치와도 거꾸로 가는 행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 없이 이렇게 광범위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느냐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특검팀은 최순실씨가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을 통해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관리해야 한다"며 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단서도 포착했다고 한다.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이비 예술가를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 필요성을 꺼낸 배경을 밝힐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정치 개입은 이 정권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친(親)정권 예술인들을 집중 지원했다. 회원 수가 예총의 10분의 1에 불과한 민예총 지원 예산이 예총보다 많았던 적도 있다. 지금도 야당이 단체장을 맡은 지자체에선 각종 사업들이 친야 성향 문화예술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우호적이냐 아니냐를 잣대로 지원하고 말고를 결정하는 반(反)문화적 행태를 이제 끝내야 한다. 정치 권력은 문화예술 지원 권한을 '전리품'처럼 여기고 몇 푼 안 되는 지원금으로 문화예술인들을 길들이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