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5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다음 정부는 특정 개인이나 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최강의 실력을 갖춘 인물과 세력의 '드림팀'을 만들기 위해 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분권형 개헌을 위한 '새 판 짜기'를 주장해왔다. '드림팀'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종인 의원 등 민주당 개헌파,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 일부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선 "당장 대통령이 될 것 같으니까 제왕적 대통령제를 추구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패권"이라며 "패권주의는 우리나라 정치의 병폐이자 암"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가 이달 말 출범시키는 개헌을 위한 '국민주권개혁회의'에는 야당의 현역 의원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마포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최강의 인물과 세력이 모인‘드림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손학규와 가까운 민주당 인사들 탈당설]

―개헌을 위한 '국민주권개혁회의'는 무엇이고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패권, 기득권 배제하고 국민 주권 시대를 열자는 새 정치 주체들의 모임이다. 정당은 아니다. 민주당이건 국민의당이건 당적(黨籍)과 상관없이 문호는 개방돼 있다."

―민주당 의원 10여 명 탈당설도 나온다.

"나는 탈당을 권유한 적도 없고 그들도 탈당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다만 '저 세력이 커져서 우리를 위협하면 어떻게 하나'란 생각에 탈당 같은 말을 만든 것 같다."

―개헌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대해 '반(反)문재인 연대' '이합집산'이라는 비판도 있다.

"(목소리를 높이며)그게 바로 패권주의다. 광장의 민심은 '이게 나라냐'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초기에 탄핵을 반대했다. 왜? 과정이 복잡하니 대통령을 바로 끌어내려 '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거다. 지금도 제1 야당이 개헌 논의를 봉쇄한다. '내가 지금 1등인데 왜 다른 정치 세력이 나타나 반대하느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임기는 5년도 짧다'고 하는 것이다. 패권주의는 우리 정치의 병폐이자 암이다. 지금 헌법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즐길 것이다. 비선 실세와 정치 검찰은 날뛰고 재벌과는 '짝짜꿍'할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 경제·안보 모두 어렵다. 특정 개인, 특성 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크게 앞서고 있다.

"아직 대선까지는 긴 시간이 남았다. 대선까지 현 구도로 갈 것 같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2~3월 정치권 빅뱅설도 있는데, 정계 개편을 구상하나.

"새 판 짜기를 정계 개편으로 보지 말라. 나라의 기본 틀과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구체제의 청산과 새 체제의 건설이다. 그걸 누가 하느냐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 국민 뜻에 따라서 최강의 실력과 인물이 모인 '드림팀'이 갖춰지면 그 세력이 새 정치의 주체가 될 것이다. 국민주권, 분권 시대를 열어야 한다. 거기에 내 역할이 있을 것이다."

―연대 대상이 누구인가. 국민의당, 반기문 전 총장, 개혁보수신당인가.

"반 전 총장은 아직 어떤 정치를 할지 밝히지 않았다. 귀국 후 정치적 소신이나 계획을 말한 뒤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혁보수신당은 새누리당을 탈피하겠다는 건 바람직하지만 지금의 최순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 깊은 반성과 성찰 뒤 새 세상에 대한 구상이 같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볼 수 있다."

―대선을 준비하나. 직접 나서지 않고 뒤에서 돕기만 할 생각은 없나.

"내가 무엇이 되는지를 보지 말고 무엇을 하는가를 봐 달라고 말했다."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한가.

"얼마 전까지 나도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부터 국회 개헌특위가 가동됐다. 민주당에서 개헌에 저항하는 게 있겠지만 '제3의 길'이 나올 수 있다. 개헌이 대선 전에 끝나지 않더라도 개헌특위 논의 과정에서 개헌안이 마련될 것이다. 그걸 토대로 대선 후보들이 당선 후 개헌을 약속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개헌을 공약했지만 정권 잡고 난 뒤에 지키지 않았다.

"이번에는 강제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문 전 대표도 '2018년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겠다'며 개헌을 언급했다.

"국민 요구에 떠밀린 것 아니겠나.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도 처음부터 개헌에 찬성했나. 아니었다. 국민 여론을 보고 '내가 개헌에 반대했던 건 아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4년 중임제는 '제왕적 권력'을 타파하자는 개헌 취지에 맞지 않다."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가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젊은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고 싶어서 튀는 발언을 하는 건 이해를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경험과 지혜가 합쳐진 경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