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병실. 자그마한 체구의 베트남 소녀 린단(6)양이 병상에 앉아 두 손을 자신의 왼쪽 귀에 가져다 댔다. 린양의 할머니 추티란(59)씨는 의료진을 향해 "린단이 '이제 들을 수 있게 되냐'고 물어보는 것"이라며 "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던 손녀가 이제 처음으로 아빠, 엄마 목소리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동나이성에서 온 린양은 지난달 9일 이 병원에서 왼쪽 귀에 인공 와우 수술을 받았다. 귀 뒤쪽 피부 밑에 '인공 와우 장치'를 이식한 뒤 달팽이관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수술이다. 양쪽 귀에 선천적으로 고도 난청을 가지고 태어난 린양은 그동안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일하느라 바쁜 부모 대신 할머니가 린양의 유일한 '친구'가 돼 손짓, 몸짓으로 소통을 해왔다.
린양은 지난 8월 베트남에 의료봉사를 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의 도움으로 한국에 와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봉사단을 찾아가 손녀의 불행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다섯 가족은 린양 아버지가 공장 노동으로 벌어오는 돈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기아대책이 후원자를 찾아 나섰고 효성그룹과 강동경희대병원이 병원비 3000만원과 체류비 전액을 지원했다.
린양은 난청이 심한 왼쪽 귀부터 수술을 받았다. 삽입한 장치가 한 달 뒤 작동을 시작하면 정상인 수준의 청각을 회복하게 된다. 수술을 집도한 변재용 이비인후과 교수는 "연습하면 점차 말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린양의 할머니는 "린단이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입학 선물'로 귀가 트이고 말도 하게 됐다. 이제 친구들도 사귈 것"이라며 의료진과 한국에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