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 6일 서른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가수 김광석이 20년 만에 돌아왔다. 덥수룩한 머리와 장난기 어린 미소, 색 바랜 청바지에 통기타 둘러멘 모습 그대로.

판타지 영화, 드라마에 이어 이번엔 판타지 다큐다. 지난 28~29일 방송된 2부작 다큐멘터리 '감성과학 프로젝트 환생'은 첨단 기술을 동원해 그리운 이름 김광석을 되살려냈다. 이승으로 잠시 나들이 온 듯한 김광석은 어린 시절 누비던 골목길에서, 세월호와 구의역 등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현장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학기·동물원 등 동료 가수들은 물론 나윤권 같은 까마득한 후배 가수들과 눈 맞춰가며 함께 노래도 불렀다.

'김광석 환생'은 과학과 감성의 결합이었다. 제작진은 체격과 얼굴형이 비슷한 배우를 찾아내 노래할 때 표정, 동작 등을 비슷하게 연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컴퓨터그래픽과 특수 시각 효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표정과 입 모양을 섬세하게 입혔다. 무대 위에선 홀로그램 처리했다. 목소리는 육성 파일을 최대한 살렸고 부족한 부분은 음성이 비슷한 사람을 대역으로 썼다. 김광석이 남긴 일기장과 메모, 공연 중 했던 말을 모아 자주 썼던 단어, 표현들을 조합해 대본을 작성했다. '2016년 현 상황에서 그가 했음 직한 말'을 만들어냈다.

고인(故人)과 살아 있는 가수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가상 협연'을 벌이는 일은 연원이 꽤 길다. 아버지 냇 킹 콜의 목소리를 추출해 딸 내털리 콜이 듀엣처럼 불렀던 '언포게터블'은 1992년 그래미상을 받았다. 문제는 가상 협연 자체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잘 구현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김광석의 오랜 팬인 김윤덕 기자는 "체격이나 눈매가 깜빡 속을 만큼 똑같아 화들짝 놀랐다가 노래하는 입 모습이 실제와 영 달라 실망했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담당 김성현 기자는 "김광석과 확연히 달라 보이는 인물이 내내 등장하니 재연 프로그램을 연상케 했다"며 "대역 배우 공연은 아이돌 가수 립싱크와 별반 다를 게 없었고 과학과 음악 중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KBS1 ‘감성과학 프로젝트 환생’에서 컴퓨터그래픽 등 첨단 기술로 되살린 김광석(가운데)이 예전에 몸담았던 그룹 동물원 멤버들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

['영원한 음유시인' 가수 故김광석]

참신한 시도 자체에는 세 기자 모두 박수를 보냈다. 김윤덕 기자는 "특유의 능청스럽고 짓궂은 말투,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시대를 어루만지는 김광석의 노래가 어설픈 재연의 한계를 덮어줬다"고 했다. 김성현 기자는 작곡가 김형석의 피아노 연주에 김광석 목소리를 입힌 '사랑이라는 이유로', 록 밴드 넬이 특유의 감성 어린 모던록으로 편곡한 '서른 즈음에'가 돋보였다고 했다.

김광석을 해석하는 데는 세대 간 차이가 있었다. 김윤덕 기자는 "연평해전, 세월호, 구의역 사건 등 우리를 아프게 했던 영상들 위로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김광석의 노래가 흐를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김광석이 세상 떠나기 1년 전 콘서트에 다녀왔다는 김성현 기자는 군 복무 중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마음 아팠던 기억을 떠올렸다. "김광석은 음유시인 혹은 가객(歌客)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1970년대 포크 음악과 1980년대 민중가요가 만나는 접점에서 대중을 위로했던 뛰어난 음악인이라 안타까웠다." 하지만 30대 최수현 기자는 김광석이 갖는 시대적·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왜 그가 마치 성자(聖者)처럼 그려지는지, 왜 하필 그로부터 위로받길 원하는지 완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

이 프로그램은 유족의 동의를 얻지 못해 다시 보기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김광석은 우리 곁에 홀연히 돌아왔다가 또다시 홀연히 떠나간 셈이다. 잠시라도 고단한 현실을 떠나 판타지의 행복에 머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