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별검사의 수사, 최순실씨 등 현 정권 비선(祕線) 실세들의 '국정 농단'에 대한 법원 공판(형사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대선 일정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론에 따라 결정되는데, 특검 수사나 법원의 공판 내용은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호(號)의 앞날을 결정지을 3개의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게 된 것이다.

◇탄핵 심판, 대선 일정 결정

최근 검찰로부터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헌재는 3일과 5일, 10일 연달아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3일 첫 공개변론에는 심판의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이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5일부터 본격적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헌재는 '신속한 재판'을 강조해왔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4~5일에 한 번씩 모두 10차례 공개변론을 진행했으나, 이번에는 속도를 더 높이고 변론 횟수도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매주 2차례씩 공개변론을 열겠다는 것이 헌재의 계획이다. 노 전 대통령 사건보다 사안이 복잡한 데다, 증인도 많고 다툼도 크기 때문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가 1월 31일 종료되고, 선임재판관인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도 3월 13일 끝난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태여서 이들의 후임 인선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들의 임기 종료 전까지 탄핵 심판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헌재의 재판관 정원(定員) 9명이 아닌 재판관 7명으로 박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박 대통령 "삼성 합병 지원? 완전히 엮은 것" ]

헌재 내부적으로는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한다. 또 헌재 재판관들은 '국정 공백(空白)을 최소화하는 것도 헌재의 존립 이유'라는 생각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이번 사건 결론은 큰 변수가 없는 한 2월 말~3월 초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闕位)됐을 경우 대선을 60일 이내에 치르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3월 초에 탄핵 인용(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 5월 초 대선이 치러진다. 헌재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대선은 12월 20일로 넘어간다.

◇특검의 대통령 '뇌물 수사' 본격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결과는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검팀의 수사 대상은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 농단 묵인·방조 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부정 문제 등이다.

그 가운데 새해 벽두 특검팀이 겨누고 있는 과녁은 '박 대통령·최순실씨와 삼성의 커넥션 규명'이다. 특검팀은 지난 21일 정식 수사에 돌입한 지 10여일 만에 박 대통령의 턱밑까지 치고 들어갔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등을 압수 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여한 혐의를 집중 수사 중이다.

삼성 경영권 승계의 핵심 사안이었던 이 문제에 박 대통령이 도움을 준 대가로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204억원), 최순실씨 모녀 지원(236억원)이 이뤄졌다는 것이 특검팀의 시각이다. 특검팀은 작년 연말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을 구속하며 정부와 국민연금 관련자들 사법처리에 들어갔다. 삼성에 대한 수사는 1월 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과 최순실씨 지원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삼성 고위 관계자들을 정조준하며 수사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박 대통령 조사에 대해 특검팀은 "예우를 갖출 것이며, 가급적 한 차례로 끝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해왔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을 조사할 항목은 미르·스포츠재단 설립 과정 등 이른바 '뇌물 혐의' 관련 사항,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 '이미경 CJ 부회장에 대한 퇴진 압력 혐의' 등이다. 특검팀 주변에선 수사가 거듭될수록 박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할 분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공판'도 매주 두 차례씩 연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공판은 새해 첫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매주 2~4회 열린다. 오는 5일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강요 혐의에 대한 공판이 시작된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 피의자에 대한 공판은 6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돼 있지만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해 재판부가 집중 심리를 통해 최대한 빨리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공판이 진행되면서 증인신문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을 둘러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역시 헌재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헌재가 탄핵 심판 과정에서 법원의 증인신문 내용을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