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후 신년간담회도 처음이고, 청와대 경내에서의 기자간담회도 처음이다. 지난 9일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가 된 이후 공개 일정을 가진 것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7분부터 40여분간 기자들 질문에 답하며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삼성 합병 지원 의혹'에 대해 "삼성 합병은 당시 헤지펀드(엘리엇)의 공격을 받아 우리나라 대표 기업의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저도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여기를 도와주라, 이 회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은 분명히 없다"고 말했다. 또 누구라고 특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엮은 것"이라면서 "누구를 봐줄 생각, 이런 것은 손톱만큼도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신년간담회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간담회를 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40여분간 질문에 답하면서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반박했다.

[朴대통령 탄핵심판·특검 수사 속도전, 늦어도 3월초 결론 날듯 ]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 시술' 질문에 "전혀 하지 않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나"라며 "그날 보고를 받으며 정상적으로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머리를 만져주기 위해서 (외부에서) 오고, 목에 필요한 약(가글액)을 들고 온 것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왜 본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었는지에 대해 "일정이 특별하게 없으면 그동안 밀렸던 쌓인 보고서라든가 결정해야 될 것들을 (관저에서) 계속 챙긴다"며 "그날은 마침 일정이 비었기 때문에 그것(관저 집무)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제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는 입에 담기도 창피한 얘기를 하고, 그다음에는 굿을 했다고 하고, 또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말도 못한다"며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허위가 남발이 돼 마음이 참 답답하다"고 했다. 당일 오후 3시 중앙재해대책본부 방문을 지시하고 5시 15분에 도착한 것에 대해서는 "경호를 위해 필수 시간이 필요해서 제가 마음대로 못 움직인다. 중대본도 당시 무슨 상황이 생겨서 확 떠나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증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몇십 년 된 지인이지만 대통령 책무와 판단이 있는데 지인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다 하고, 뭐든지 엮어 가지고 이렇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저는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 운영을 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자신을 최씨와 공범으로 기소한 데 대해 "공모를 했거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고 했다. 최씨의 인사 추천 의혹에 대해선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누구를 봐주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지난달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그 사람(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을 수석으로 하라는 말씀을 듣고 검증을 해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보고됐는데, 그것이 관철되지 않고 임명됐다"고 말하는 등, 검증을 거치지 않고 누구를 임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은 여러 곳에서 나온 상태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의원들에게 "(인사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최씨의) 수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야당 등에선 "수백억 재단의 운영을 최씨에게 맡기고 '연설문을 밑줄 치며 고치기도'(정호성 전 비서관 증언) 했는데 단순한 지인일 뿐이라고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박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 관련된 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특혜 의혹에 대해 "(최씨와 KD코퍼레이션 측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며 "챙겨준 적은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태반주사 등 의약품 처방과 관련, "대통령이 여기가 아파서 이런 약을 먹었고, 뭐 그런 것을 다 까발려서 한다는 건 너무나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이라며 "어느 나라에서 그러느냐"고 했다. 이어 "피곤하니까 피로 회복 영양주사를 놔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주사도 의사가 알아서 처방하는 것이지 어떻게 환자가 알겠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은 특검 출석에 대해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께 미안한 생각으로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며 "저를 도와줬던 분들이 고초를 겪는 것을 보고 굉장히 많이 마음이 아프고 요즘은 미소 지을 일조차도 별로 없다. 기업인들도 압수 수색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미안스럽고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후 1시쯤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질문은 자유롭게 하되 녹음과 촬영은 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상춘재 옆에 심어진 한 나무를 가리키며 "옛날에 그네를 타려고 나무에 줄을 묶었는데 아버지가 '나무 상한다'고 하셔서 못한 기억이 있다"고도 하는 등 간담회 내내 담담한 표정과 차분한 어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