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신장(神將) 중 닭신(酉神)인 미기라 대장. 1977년, 만봉(1910~2006) 작.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다. 어둠을 뚫고 아침을 여는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다.

건국신화, 뛰어난 임금의 탄생에 닭이 등장한다. '삼국유사'의 김알지 신화가 대표적이다. '호공'이라는 인물이 신라 도읍인 월성을 지나다가 나뭇가지에 걸린 황금 궤를 봤는데 하얀 닭이 나무 밑에서 울고 있었다. 호공이 서둘러 왕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왕이 친히 궤를 열었더니 사내아이(김알지)가 금궤에서 나왔다는 것. 하얀 닭은 나라를 통치할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닭은 새벽을, 빛의 도래를 예고했다. 반대로 닭이 제때 울지 않거나 울 때가 아닌데 울면 불길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닭이 초저녁에 울면 재수가 없고, 한밤중에 울면 불행한 일이 벌어지며 해가 진 후에 울면 집이 망한다고 했다.

한반도에서는 고대부터 닭을 길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 사회에서는 닭의 피에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영묘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마을에 돌림병이 돌 때면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바르기도 했다.

닭은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을 상징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벼슬에 뜻을 둔 사람들은 서재에 닭 그림을 걸었다. 닭의 볏이 벼슬을 상징하는 관(冠)을 쓴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주로 맨드라미와 모란을 함께 그렸다. 맨드라미는 닭 볏과 모습이 비슷해 관 위에 관 하나를 더하는 것으로 최고의 입신출세를 뜻했다. 부귀의 상징인 모란을 공명의 상징인 수탉과 함께 그려 부귀공명을 기원했다.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의 '암탉과 병아리'에는 어미 닭이 많은 병아리를 거느리고 있는데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예부터 반가운 손님이 오면 닭을 잡는 것이 최고의 손님 대접이었다. 백년손님이라는 사위가 처가에 가면 꼭 먹는 것이 씨암탉이었다. 결혼식 초례상에는 반드시 닭이 필요했다. 신랑·신부가 초례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서서 백년가약을 맺을 때, 닭을 청홍 보자기로 싸서 상 위에 놓았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례인 혼례에 닭이 등장하는 것은 닭을 길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