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세월호 7시간’, ‘비선 진료’, ‘최순실 국정 개입’ 등 각종 의혹과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40여분 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9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뒤 23일 만이다.

◆“밀회·굿·성형시술 의혹, 너무 어이 없어”

박 대통령은 “밀회·굿·성형시술 의혹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큰 일이 벌어졌는데 대통령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날 정상적으로,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보고를 받아가면서 계속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며 “사실이 아닌 보도가 많아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말도 못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서 수석실 보고도 받고 일 보다가 전원 구조됐다고 해서 너무 기뻐서 안심했는데 시간 지나니까 오보였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며 “그래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빨리 가서 현장에서 어떻게 하는지 그걸 (지휘)해야 되겠다 하니까 경호실에서는 적어도 경호에서는 필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제가 못 움직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처음에는 참사가 벌어졌을 때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는 말도 안 되고 입에 담기도 민망한 얘기를 했다”며 “대통령이 어떻게 밀회를 하겠나. 그 시간이 지나니 ‘굿을 했다’는 얘기가 기정 사실화됐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성형수술 의혹도 나왔다.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외부인 출입 의혹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그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머리 만져주기 위해서 (미용사가) 오고 목에 필요한 약(가글을 지칭하는 듯) 들고 오고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며 “그날은 누가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수 있겠느냐. 큰일이 터지지고 학생들 구하는 데 온 생각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딴 것 생각하는 게 대통령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는 왜 안 올라갔느냐’는 질문에 “사실 현장이 중요하다”며 “앉아서 회의를 해도, 보고받고 지시받고 돌아가는 거 보고 받아도 현장에서 잘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법원에서도 ‘7시간’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판결이 났고 정리가 된 것인데 또 똑같은 얘기가 번번이 달라져서 시작된 것”이라며 “사실이 아닌 것이 힘을 갖고 나가고, 사실 아니라는 해명은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 병과 치료 내용을…”

박 대통령은 자신이 불면증을 겪고 피로를 쉽게 겪었다는 의사 김영재씨 진술에 대해 “대통령부터 모든 사람은 자기의 사적 영역이 있다”며 “어디 아플 수도 있고 그러다가 좋은 약 있다고 하면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걸 일일이 다 내가 무슨 약 먹고 어디 알리고 다 까발려서 하는 것은 민망하기 그지 없는 일”이라며 “그런 걸로 국가에 손해 끼친 일은 한번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을 ‘이런 병 있고 하니까 이렇게 치료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어느 나라서 대통령이 어느 병 앓고, 어떻게 치료했는지를 리스트로 만드느냐. 순방 땐 특히 피곤해서 힘들때 있다. 피곤하니까 다음날 일찍 일해야 해서 피로회복 영양주사 맞을 수도 있는데, 그걸 큰 죄나 지은 것처럼 하면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어디냐”고도 했다.

투약 내용과 관련해선 “주사도 의사가 알아서 처방하는 것이지 어떻게 환자가 알겠나”라며 “증상이 이렇다고 얘기하면 의료진이 알아서 처방한 것이지 무슨 약이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는 일 아니냐. 저는 그렇게 이상한 약 썼다고 생각 안 한다”고도 했다.

◆“최순실은 지인일 뿐…대통령으로서 철학·소신 갖고 국정 운영”

박 대통령은 ‘공소장을 보면 대통령이 최순실씨 말을 다 듣는 것으로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은) 몇 십년 된 지인이다. 지인이 지인이지 오랜 세월 아는 사람 생길 수 있고.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 책무와 판단이 있는데 어떻게 지인이 모든걸 다 한다고 어떻게 (혐의를) 엮어서 (할 수 있나)…”라고 했다.

이어 “저는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복지나 외교·안보·경제 등은 참모들과 의논하면서 저 나름대로 더 정교하게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얻게 되고, 외교·안보 부분 등을 계속 발전시켜왔다”며 “지금은 그런 틀 갖춰왔다고 생각하고 뿌리내리게 마지막까지 좋은 마무리 해야지 생각하다가 이런 일을 맞게 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최순실 지인 회사가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검찰과 특검의 수사 내용에 대해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며 검찰 공소장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특검은 연락 오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