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위한 신당 창당에 대해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을 도울 '제3당' 창당의 움직임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반 총장은 지난 16일 이 매체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분당(分黨) 직전임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사에 나온 '제3당(third party)'은 인터뷰한 FP 기자의 표현이기 때문에 반 총장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개혁보수신당(가칭)'을 가리킨 것인지, 친반(親潘) 세력을 모은 새로운 정당이나 이른바 '제3지대'를 의미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반 총장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에 대해 점점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대선 출마를 긍정적으로 고려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한국 정부는 미국 행정부 교체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서도 "국민이 아니라 권력 장악에 우선순위를 두는 점에서 깊이 좌절했다"고 했다.
반 총장의 한 보좌관은 FP에 그의 출마에 대해 "1000% 확신한다"며 "반 총장은 부인해왔지만, 사실은 1년 이상 대선 출마를 위한 기초 작업을 해왔다"고 했다. 반 총장은 이 인터뷰를 마친 뒤 나흘 후(20일)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FP는 반 총장이 출마를 위해 "자신의 업적에 대한 광내기(burnish) 작업에 들어갔다"고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업적에 '흠'이 될 만한 것들에 대한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FP는 기사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탓에 아이티에 콜레라가 창궐해 9000명 이상 죽었다"며 "반 총장은 퇴임을 한 달 앞둔 지난 1일, 갑자기 아이티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표한 뒤 유엔 회원국들에게 4억달러 치료 기금을 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아이티의 콜레라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 중 일부에 의해 현지에 전파돼 아이티 전역으로 확산했다.
FP는 반 총장의 지난 10년 임기에 대해 유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B 학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첫 번째 임기 때는 큰 업적이 없어 'C 학점'으로 남을 뻔했지만, 두 번째 임기에서 파리기후협약을 성공시키는 등 인상적인 업적을 남겨 'B 학점'으로 올라섰다는 설명이다.
이번 FP 기사는 전체적으로 반 총장의 활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매체는 "반 총장은 일이 잘못되거나 반박을 당할 때는 자주 직원들에게 화를 냈다"며 "직원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했다"고 했다.
FP는 "반 총장은 강대국에 약했다"며 "그는 미국을 한국의 보호자로 여겼고, 자유세계 리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반 총장이 201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의 반체제 작가 류샤오보의 석방을 중국 정부에 요구하지 않은 것도 (중국의 지지를 얻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려던 것과 관련 있다"고 했다. FP의 이번 보도는 반 총장 측의 반론을 싣지 않았다. FP는 최근 반 총장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반 총장 측은 "비판하는 기사는 누구나 쓸 수 있다"며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