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댁 꼬꼬댁 보채는 소리를 제일 먼저 알아듣고 암탉 곁에 지키고 있다 갓 낳은 따뜻한 달걀을 손에 넣기까지는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 달걀을 삶는 것이 문제입니다. 밥솥에 넣어 볼까, 국솥에 들여뜨려 볼까.' 작가 박완서는 1979년 단편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에서 손수 닭 키워 계란 팔아 수학여행비 마련하는 시골 아이들과 선생님 얘기를 애틋하게 담았다.
▶60년대 중·고등학교에서 부잣집 도련님의 도시락은 남달랐다. 도시락 뚜껑 열면 둥그런 계란 프라이가 위엄도 당당하게 밥 한가운데를 덮고 있었다. 그 시절 아이들에게 삶은 계란과 사이다는 소풍 때나 싸갈 수 있는 특식이었다. 70년대 지방 소도시에서 자라난 친구는 어머니가 동생들 몰래 밥공기에 깔아준 계란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다른 자식들 모르게 계란 하나 더 챙겨주는 게 장남에게 해줄 수 있는 지극한 모성애의 표현이었다.
▶1970~1980년대 다방엔 '모닝' 메뉴란 게 있었다. 모닝 커피의 줄임말이다. 설탕·크림 다 넣은 커피에 계란 노른자 동동 띄운 한국식 커피가 모닝 커피다. 전날 마신 술의 숙취를 모닝 커피의 계란 노른자 하나가 싹 달래준다고 믿고 빈속에 들이킨 직장인들이 많았다. 모닝 커피의 계란 노른자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준 오지랖 넓은 다방 마담도 있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히트한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주인공 잎싹은 양계장에서 매일 알만 낳는 암탉이다. 잎싹이는 어느 순간 양계장 문틈으로 마당을 보며 알을 품어 병아리 기르는 꿈을 꾼다.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되자 주인에게 버려진다. 잎싹이처럼 알만 낳게 사육하는 닭을 산란계라고 한다. 국내 산란계의 70%가 미국서 개량된 하이라인 브라운 품종이다. 그동안 산란계를 7000만마리 가까이 길렀는데 이번 AI(조류 인플루엔자)로 2000만마리 넘게 살처분했다. 그 바람에 계란 공급이 확 줄어 계란값이 껑충 뛰었다.
▶오리나 육계 피해가 많았던 2014년 AI와 달리 이번에는 산란계가 큰 피해를 입었다. 산란계 낳는 씨닭(산란종계)도 84만마리 중 절반 가까이 살처분돼 계란 파동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계란 소비량이 연간 254개다. 하루 0.7개꼴로 계란을 먹는다. 그동안에는 전국에서 매일 계란이 4200만개씩 생산돼 남아도는 게 걱정이었는데 AI 파동으로 갑자기 계란 못사 발 동동 구르는 상황이 됐다. 계란이 서민들에겐 가장 값싸고 영양가 있는 식재료라는데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당국의 AI 대응이 이렇게 부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