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김무성 등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29명이 분당을 선언했다. 미리 탈당했던 김용태 의원이 합류하면서 30석 규모의 개혁보수신당(가칭)이 출범했다. 대한민국 헌정(憲政)에서 보수정당이 분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이 보수정당의 분열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을 나온 이들 의원들은 개혁적 보수라는 깃발을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과는 다른 신(新)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신보수가 어떤 정책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정치행보를 걸을 지를 이들의 과거 정치 역정을 통해 가늠해봤다. [편집자]
탈당파 30명 과거 의정 활동 분석
의원들 간 대치되는 행보·발언 많아
개혁 보수 색깔 위한 '교집합' 찾아야
나경원, 노선 갈등 탈당 갑자기 '보류'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는 법안을 둘러싸고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高聲)이 오갔다.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 처리를 두고 의원들 간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법안 처리를 주도했던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통과를 막아서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 같이 화를 냈다. 그러나 두 의원은 2년이 지난 2016년 12월 27일 새누리당 탈당파로 신당 창당의 한 배에 탔다.
신당 창당을 주도하며 이날 함께 새누리당 탈당호(號)에 올라탄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노동 개혁 법안을 두고 이견이 있는 듯한 분위기다.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대표 재임기였던 지난해 9월 정부의 노동 개혁을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지만. 유승민 의원은 최근 노동 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새누리당 탈당파 30여명이 ‘개혁 보수’라는 깃발을 들고 신당 창당에 들어간다. 이들은 경제·복지·노동 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 야권발(發) 중간지대인 국민의당과 여당발 중간지대인 ‘신당’이 위치하는 구조다. 이른바 따뜻한 보수다,
하지만 30여명의 과거 입법 활동과 발언들을 살펴보면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가 예상된다. 이들을 기존 새누리당에서 뛰쳐 나와 한 곳에 모이게 한 ‘구심점’이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인 탓이다. 탈당 공식 선언 첫 날인 27일 비주류 원내대표 후보로 나섰던 나경원 의원이 탈당을 갑자기 보류한 것도 노선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탈당파의 주축이 되는 경제통 의원들은 재벌 개혁, 증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등에 대해 기존 새누리당 보다 ‘좌클릭’을 지향하고 있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은 보수적인 색깔을 가진 의원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다.
향후 탈당파가 30여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해 기존 새누리당과 다른 색깔을 내면서 야당과 협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지가 신당 성공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박근혜 정부 청부 입법 vs 박근혜 정부 비판 입법
27일 조선비즈가 새누리당 탈당 모임 참석자의 19대~20대 국회 입법 현황을 살펴 본 결과 30여명의 의원들은 서로 대비되는 입법 활동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던 의원들이 있는 반면 정부와 각을 세우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있었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의원 모임 활동 등에서의 발언도 서로 충돌되는 경우가 있었다.
탈당파 중 일부 의원들은 정부 정책을 ‘청부 입법’ 했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 추진을 위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내용은 정부가 추진했던 내용 그대로다. 정부는 보통 주요 정책의 경우 빠른 국회 통과를 위해 집권 여당 의원들에게 법안 발의를 대신 요청하는데, 이를 청부 입법이라고 부른다.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도 정부가 최우선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부르는 ‘규제 프리존법’을 청부 입법했다.
반면 탈당파 중 대표 경제통으로 불리는 유승민, 이혜훈, 이종구, 김세연 의원 등은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과 각을 세우는 입법 활동을 했다. 새누리당 탈당파들이 새로운 경제 정책 노선을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되는 이유도 이들의 행보가 자주 부각됐기 때문이다. 경제통들은 탈당파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노동 개혁법과 규제 프리존법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대신 재벌 규제와 복지 정책에 있어서 ‘좌클릭’한 법안들을 발의했다. 유승민 의원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기획재정부 주도로 정책을 세우고, 대통령 소속 위원회 조직 및 실무 집행 조직과 이를 지원할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20대 국회에 들어와 재벌 총수들의 정치적 사면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비주류 정책위의장 후보였던 김세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법안에 여권 중 유일하게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전·현직 임직원 이사 취임 제한 기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 ▲사추위에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1명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김 의원은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들 경제통도 서로의 입법 활동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탈당파가 정책에 있어 온건 개혁파와 급진적 개혁파로 나뉘고, 급진적 개혁파 사이에서도 각 현안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정책 중 기존순환출자 규제, 다중대표 소송제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이나 근로자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하게 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기본 소득에 대해서도 유승민 의원은 기존 복지 제도의 손질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유승민 의원이 추진하는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는 다른 경제통 의원들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경제통들이 추진하는 개혁 지향적인 법안에 탈당파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김무성 의원은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권성동 의원과 신당 추진위원회 대변인인 오신환 의원도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 증세, 개혁 법안 등에 대한 과거 발언도 서로 달라
탈당파들은 각 상임위와 의원 모임 활동에서의 발언도 미묘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증세다. 탈당파들이 기존 새누리당과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이 ‘증세’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원칙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유승민, 이혜훈, 이종구, 김세연, 김성태 의원 등은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태경 의원은 최근 대기업에 준조세를 없애주는 대신 법인세를 인상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재경, 주호영, 오신환 의원 등은 의정 활동 기간 중 법인세 인상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을 밝혀왔다. 김무성 의원도 법인세 인상에 유보적이다.
탈당파들은 상임위 활동 중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책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서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6개직종 근로자의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를 명시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를 주도했다. 김 의원은 한국노총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2년 노·사·정 협의의 노동계 대표로 주 5일제 근무를 통과시키는 등 개혁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탈당파가 노동 문제에 있어 새로운 정책을 선보인다면 김 의원이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탈당파에 속해 있는 권성동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거세게 반대해 최종 통과를 무산시켰다. 당시 여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였던 김성태 의원은 고성(高聲)을 지르며 권성동 의원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탈당파들은 정책에 있어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의원은 26일 “보수 정당이라는 것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많은 주장이 나오고, 토론 끝에 결론을 내는 것이다”라며 “과거에 주장했던 방향이 다른 부분으로 지금 의견 일치가 안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당 내 노선 갈등 가능성에 대해 “신당에서 김무성과 유승민 이름은 지워야 한다”면서도 “다만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선진적이고 건강한 모습을 만드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는 건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당파는 신당 정책 노선의 뼈대가 되는 ‘정강 정책’을 내부 수렴을 거쳐 곧 선보일 계획이다. 정치권은 정강 정책으로 개혁보수신당의 색깔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신환 의원은 “(정강 정책)에 대해 각 의원들이 의견이 있을 수 있어 오는 28일 개혁보수신당 추진위원회 안을 만들고, 집중 토론을 한 후 국민께 공표해 의견 수렴과 전문가 토론을 거친 후 확정하겠다”며 “안을 가지고 (의원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견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 표출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