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태아의 발길질이 워낙 세서?"
프랑스에서 한 산부인과 의사가 초음파 검진 중 태아의 발이 엄마의 자궁벽을 뚫고 나온 것을 발견해, 의학 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21일 보고했다.

엄마 자궁 벽을 뚫고 나온 태아의 다리가 MRI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프랑스 앙제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피에르-엠마뉴엘 부에는 33세 임신부에게 일상적인 초음파 검진을 하던 중 희귀한 장면을 발견했다. 태아의 발을 둘러싼 양막의 일부가 엄마의 자궁벽을 뚫고 나와 있었던 것.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임신 22주째에 접어든 엄마의 자궁벽은 2.5cm 정도 찢어져 있었으며, 그 틈새로 발을 둘러싼 양막이 모두 19cm 정도 밖으로 튀어나왔다. 양막은 태아를 둘러싼 반투명의 얇은 막으로 그 안은 양수로 채워져 있다.

이 임신부는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부에는 23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자궁 벽이 찢어지면 고통과 내부 출혈을 경험하지만, 이 임신부의 경우 태아를 둘러싼 양막이 자궁의 찢어진 부위를 막아 내부 출혈을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태아의 다리와 둘러싼 양막이 자궁벽을 뚫고 나온 경우는 지금까지 보고된 것이 26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고. 그러나 태아의 발길질이 자궁벽을 찢을 만큼 강력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부에는 임부의 자궁벽이 찢어진 것은 "엄마의 제왕절개 이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임신부는 앞서 5번의 출산에서 모두 제왕절개 수술을 거쳤다. 부에는 자궁벽이 찢어진 부분이 과거 제왕절개를 했던 곳과 아주 가깝다고 밝혔다. 거듭된 제왕절개로 자궁벽이 약해졌고, 여기에 임신으로 인한 압박이 더해져 결국 자궁벽의 일부가 찢어졌다는 것.

이런 임부의 경우, 임신을 지속하면 자궁벽이 더 찢어질 수 있고, 조산을 할 수 있다. 또 출산 이후에도 태반이 자궁벽과 분리되지 않는 합병증을 겪을 수도 있다고 부에는 경고했다.

실제로 첫 진단 뒤 8주가 흐른 임신 30주째, 자궁벽의 찢어진 부분은 5cm로 더 커졌고, 그 사이로 양막이 더 많이 빠져나와 태아의 다리뿐만 아니라 복부까지 자궁벽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의료진은 결국 제왕절개로 아기를 꺼냈고, 산모는 자궁벽을 회복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기는 1.385kg으로 작게 태어났지만 건강했고, 산모도 수술 5일 뒤에 집으로 돌아갔다고.

부에를 비롯한 의료진은 제왕절개 수술이 있고 6개월 뒤 아이와 산모를 다시 검진했으며, 다행히 모두 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