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예수는 가시관을 쓰고 조롱과 채찍질을 당하고 있다. 그림 전체 분위기는 어둡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1871~1958)의 연작 판화 '미세레레, 불쌍히 여기소서'다. 렘브란트 이후 가장 빼어난 종교화가로 꼽히는 루오가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으며 그린 이 연작 판화가 정양모(안동교구 원로사목사제)·정웅모(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형제 신부의 해설로 출간됐다. 두 형제 신부는 각각 신약학(정양모)과 미술사(정웅모) 전문가.
58점으로 이뤄진 연작은 묵상거리를 제공한다. 빈민촌과 노숙자, 매춘부, 사형수 등 고통 속의 군상과 고난당하는 예수를 번갈아 등장시킨다. 후반부에는 해골들이 등장해 전쟁의 참상을 증언한다. 퀭한 표정의 광대를 그린 '분장하지 않은 자 그 누구인가?'에 대해 형제 신부는 "인생의 무대에서 가식적 삶을 가꾸는 이들이 어디 광대뿐이랴?(…) 그림의 인물은 광대이고 루오이며 우리 자신이다"라는 해설을 붙였다.
온통 고통과 비참함으로 가득한 것 같지만 루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연작의 마지막 58번째 그림 주제는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다.
형제 신부는 서문에서 "루오의 작품은 풀이하기 난해한 영성적 작품"이라며 독자들에게 해설에 구애받지 말고 스스로 감상하기를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