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6)=박정환(23)과 구리(33)가 겨룬 8강전. 대진 추첨으로 둘의 대결이 결정된 순간 "와!" 하는 함성이 터졌던 빅 카드다. 이 바둑의 승자는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우승권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박정환은 2012년 제16회 LG배 우승자 장웨이제(江維杰)와 현역 세계 3관왕 커제(柯潔)를, 구리는 LG배 정상에 두 번 올랐던 동갑 라이벌 이세돌에 이어 이영구를 각각 제치고 올라왔다. 그야말로 '링이 꽉 차는' 느낌이다.
초반부터 진행이 빠르다. 8로 걸친 뒤 구리가 처음 뜸을 들이더니 9로 붙여갔다. 11까지는 접바둑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순.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마추어들에게 실속 없는 정석이라고 가르치던 프로들이 요즘엔 시침 뚝 따고 이렇게 둔다. 바둑은 절대 진리가 기반인 자연과학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변하는 사회과학에 가까운 것일까.
12는 벌림과 협공을 겸한 호처지만 13의 침입이 눈에 보인다. 이 침입이 싫으면 참고도 1로 좁게 벌려야 하는데, 그때는 10까지 흑이 재빨리 안정해버려 불만이다. 곡절 끝에 14와 15란 묘한 자세로 대치하는 그림이 최근 많이 연구되고 있다. 백은 곧장 응수하는 대신 16에 뛰어들어 먼저 응수를 물어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