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이 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20일(현지 시각) 한국 정부 대표단을 만나 밝힌 내용의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사드 배치'와 '북한 정보 공유'다.
플린 내정자는 이날 "한·미 간 북한 관련 정보 공유를 포함한 긴밀한 대북 공조"라고 말했다. 이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과 관련이 깊다. GSOMIA는 한·미·일 간 원활한 대북 정보 공조 시스템을 만들려는 미국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체결됐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와 GSOMIA는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제재 공조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야당과 중국의 반대에도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이 두 가지 카드를 꺼냈다.
특히 플린 내정자는 사드 배치에 대해 "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사드 배치의 철회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만들 것이며, 우리 군인들은 최고의 무기와 보호 장비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미사일 체계를 갖출 것"이라는 말도 했다. 사드는 주한 미군을 보호하는 중요한 무기라고 미국 측은 판단한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중국과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對)중국 압박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사드 배치를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또 미국의 안보 라인이 플린 내정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등 군(軍) 장성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사드 및 북핵 문제에서 강경한 기조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날 한국 대표단은 한국전 참전 용사였던 플린 내정자 아버지(찰스 프랜시스 플린·작고)를 위해 휴전선 철조망을 녹여 만든 감사 메달을 전달하기도 했다. 플린 내정자가 군인이 된 배경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를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플린 내정자는 이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중시하는 '비용'이 걸린 문제에 대해선 미국의 태도가 불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북 압박을 위해 핵잠수함과 스텔스 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문제다. 이날 워싱턴에선 이를 논의하기 위한 외교·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첫 회의가 열렸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국 대표단은 미국 측에 전략 자산 상시 배치를 위한 여러 가지 안(案)을 제시했지만, 미국의 확답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핵심 자산인 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등을 상시 배치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에게는 '비용 지출'로만 보일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국이 주한 미군 방위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했었다.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는 우리 야당 측이 박근혜·오바마 정부의 한·미 동맹을 상징하던 '사드'와 'GSOMIA'에 대해 철회 또는 유보를 요구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야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놓는 모양새다. 대선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도 했다. 차기 한·미 행정부가 사드와 GSOMIA를 놓고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여전히 사드와 GSOMIA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 대선 결과가 미·중 갈등과 맞물리면 한·미, 한·중 관계가 모두 격랑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