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그 직원과 가족 등 관련자 모두의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김정은 정권의 외화벌이 창구이자 송금 통로로 지목돼 온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 범위를 한층 옥죄는 모습이다.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 시각) 인터넷 공고를 통해 "미국 금융기관들이 향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 그 직원 및 가족 등을 위해 계좌를 개설해 주거나 대출을 내주기 위해서는 미 해외자산통제국(OPAC)의 '특별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또 "북한대표부 직원이나 가족 등이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돈을 보내거나 받을 경우에도 특별허가를 받은 계좌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북한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송금에 쓸 수 있는 계좌가 제한되면 김정은 정권을 위한 외화 송금이나 돈세탁은 어려워진다. 불법 거래가 미국의 감시망에 포착될 확률도 높아진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통해 북한 정부나 노동당과 관련된 미국 내의 모든 자산을 동결하고 부동산 거래 등을 금지했다. 다만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업무 진행이나 그 직원·가족들의 생활을 위한 통상적 금융거래는 예외로 했는데, 이번에 특별허가 규정을 통해 '구멍'을 막은 것이다.

이번 조치에는 지난달 30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21호를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 2321호는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 공관의 외교관 숫자를 줄일 것을 촉구하고, 북한 외교관·영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은행 계좌를 1인당 1개로 제한하라고 했다. 안보리 결의안 2321호 채택 당시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무기거래상이 외교관 여권을 쓴다고 해도 여전히 무기거래상일 뿐"이라며 북한 외교 활동 제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