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란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가 합해진 단어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예배를 뜻하는 크리스마스는 오늘날 종교와 관계없이 지구 상 가장 많은 인류가 즐기는 축제다. 크리스마스의 기원에는 이런 변질의 씨앗이 이미 배태돼 있었다. 성경엔 12월 25일이 예수의 탄신일이란 증거가 없다.
크리스마스는 로마인들이 농경의 신 사투르누스(Saturn)를 기리는 축제에서 유래했다. 낮이 밤의 시간을 이기기 시작하는 절기인 동지(冬至) 즈음에 열리는 축제는 사회 질서가 뒤바뀌는 쾌락의 시간이다. 노예도 자유롭게 주인의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고, 주인이 거꾸로 노예에게 봉사하는 난장을 벌였다.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한 후에도 이 풍습은 계속됐다. 이교도의 축전을 금지할 수 없자 기독교적 의미를 부여해서 만든 게 크리스마스다.
기독교 시대인 중세에서 크리스마스는 성탄절로 자리를 잡았지만, 먹고 마시는 축제의 풍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청교도 혁명 때 위기를 맞았다. 왕정을 폐지한 크롬웰은 1652년 크리스마스도 불법화했다. 지나치게 문란하고 영혼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왕정복고를 결의했고, 찰스 2세의 즉위와 함께 크리스마스도 부활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은 크리스마스를 인정하지 않아서 다른 개신교도들과 갈등을 빚었다. 분위기를 바꾼 건 독립전쟁이다. 독립 후 영국풍(風)이라면 무조건 배척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178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미국 연방의회 회의가 열렸고, 이후 67년 동안 이 전통은 이어졌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예수만이 아니라 산타클로스다. 산타클로스를 크리스마스의 스타로 만든 건 코카콜라 회사다. 1931년 코카콜라는 겨울철 판매량의 감소를 극복할 목적으로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를 백화점 홍보에 등장시켰다.
한국인에게도 크리스마스는 성과 속이 기묘하게 어우러진 날이다. 가장 놀기 좋은 날이고 가장 의미심장한 날의 대명사다. 영화가 그걸 가장 잘 표현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호)가 있고, 얼마 전 '우주의 크리스마스'(감독 김경형)도 나왔다. 일상 속에서 "날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게 가장 복된 삶이다. 크리스마스의 절정은 당일이 아닌 이브다. 크리스마스는 기다릴 때 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