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나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씨의 변호인은 "검찰 공소사실 중 8가지가 박근혜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공모했다는 것인데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에 죄가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최씨는 10월 31일 검찰에 출두할 때는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었다. 그러나 정작 재판에서는 죄가 없다고 버티기로 나왔다. 최씨의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대부분 "모른다"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 공소장을 보면 최씨 일당이 기업들에서 돈이나 일감을 뜯어내는 과정이 상세하게 나온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받은 최씨 소유 회사 홍보 자료를 안 전 수석에게 건넸고, 안 전 수석이 올 2월 현대차 김용환 부회장에게 청탁해 70억원 규모 광고를 수주받았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수주 청탁 사실은 현대차도 인정했다. 최씨는 비슷한 방법으로 KT, 포스코 등에서도 이득을 취했다. 최씨는 심지어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납품 청탁에도 관여해 현대차에 10억원 넘게 제품을 납품할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샤넬백과 4000만원 현금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모두 '최순실 요구→대통령 지시→안 전 수석 실행'이란 형태로 반복됐다. 최씨는 이 모든 것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낸 국회 탄핵소추안에 대한 답변서에서 최씨의 사익(私益) 추구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 등 참모진이 자기 뜻을 오해해 과도하게 직무 집행을 했다고도 했다. 좋은 취지로 얘기했는데 안 전 수석 등이 무리했다는 뜻일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대통령 말만 듣고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자기 책임을 부인하고 나서자 검찰에 공범으로 기소된 최씨와 안 전 수석 역시 자기들 잘못은 없다고 나온 것이다. 뻔뻔하다고밖엔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