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수술실에서 라오스 소녀 씨바이 차이홍헤앙(13·사진 가운데)이 양팔과 양다리를 붕대로 감싼 채 나왔다. 수술대에 오르기 전 흉하게 뒤틀려 있던 팔다리는 곧게 펴져 있었다. 씨바이양의 아버지 쏫차이(38)씨와 언니 랏띠(16)양은 울먹이며 의료진에게 "씨바이를 고쳐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씨바이는 고향인 라오스에서 '저주받은 아이'로 불렸다. 음악가였던 아버지 쏫차이가 10년 전 갑작스러운 근육병으로 두 팔을 쓸 수 없게 됐고 씨바이도 5년 전 자전거 사고를 당한 뒤 팔다리가 뒤틀리는 희귀병을 앓았다. 생활고에 지친 어머니가 재혼해 가족을 떠나자 동네 사람들은 '귀신 들린 집'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씨바이는 13세인데도 키 110㎝에 몸무게가 18㎏밖에 되지 않는다.
천형(天刑)으로 생각하고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못 했던 가족은 2014년 현지 교회의 도움을 받아 라오스 국립 아동병원에 씨바이를 데리고 갔다. 당시 라오스에서 한국의 선진 의료 기술을 전파하는 '이종욱-서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던 최용(72)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팔다리가 하도 심하게 비틀려 있는 데다 뼈가 깨진 부분도 있어 아동 학대를 당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수술을 해야 씨바이를 고칠 수 있다고 한국에 보고했고 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인 신희영(61) 서울대 의대 교수는 자비로 항공료와 생활비 등을 지원해 씨바이 가족을 한국에 데려오기로 했다. 소식을 들은 정목(56) 스님이 5000만원을 지원했고 조태준(54)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은 진료비를 받지 않고 직접 수술을 집도하겠다고 했다.
씨바이는 지난 10월 21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고 서울대 의대 기숙사에 머무르며 회복 중이다. 내년 1월 말 모든 팔다리 지지 기구를 제거하고 2월 초에는 가족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씨바이는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는 영상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런 기적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없었을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