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만큼은 메이저리거 수준이다."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삼성 차우찬(29)이 14일 LG 트윈스행을 확정했다. 계약 조건은 4년에 총액 95억원(계약금 55억원, 연봉 10억원). 지난달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4년 100억원)와 작년 FA 대박의 주인공 박석민(NC·4년 96억원)에 이어 KBO(한국야구위원회) 역대 3위 규모다. 올해 프로 11년 차인 차우찬은 MLB(미 프로야구)와 NPB(일본 프로야구) 문도 두드렸지만 최종적으로 국내 잔류를 택했다.

이로써 올 시즌을 마치고 FA를 신청한 15명 중 8명의 거취가 정해졌다. 15명 가운데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선수는 5~6명 정도였다. MLB 사무국에서도 이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신분조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차우찬과 최형우, 김광현(SK)은 모두 국내 구단과 계약을 했고 양현종(KIA)과 황재균(롯데)도 KBO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이대호(시애틀) 등이 빅리그로 둥지를 옮긴 것과 사뭇 다른 상황이다.

이를 두고 KBO리그가 MLB와의 '돈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가 계약 조건 면에서 국내 프로야구와 MLB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FA 100억원' 시대를 연 최형우가 각종 세금을 내고 실제 수령하는 1년 평균 금액은 약 17억원이다. 여기에 공개되지 않은 옵션·인센티브를 포함하면 받는 돈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야구계 목소리다. KBO 최고 타자였던 박병호는 지난해 4년 1200만달러(약 140억원)에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산술적으로 1년에 35억원 규모지만, 높은 소득세와 에이전트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약 20억원(추정치)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박병호가 국내 무대에 남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손에 쥐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MLB 몇몇 구단이 차우찬에게 제시한 계약 조건도 KBO리그 구단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국내 FA시장에서 '다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발표한 것보다 실제 금액은 더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같은 조건이라고 가정했을 때, 세계적인 리그에서 뛴다는 '명분'도 중요하겠지만 선수 입장에서 '안정감'이란 실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출전도 불투명하고 적응에 어려움이 큰 '타지(他地) 생활' 대신 한국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게 더 합리적 선택이란 것이다.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불어나면서 'FA 거품'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 리그의 시장 크기를 고려했을 때, 한 선수에게 수십억 원을 지출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선수 간 '빈익빈 부익부'도 심화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전체 등록선수(외국인 선수제외) 587명 중 억대 연봉을 받은 건 148명이었다. 이 가운데 52명은 연봉 4억원 이상을 받았지만 리그 평균 연봉(1억2656만원)보다 적은 금액을 받는 선수가 전체의 78%(457명)였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연봉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최저연봉(2700만원)을 받는 선수들의 처우도 함께 개선되어야 리그가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탈'이 예상됐던 선수들이 잔류하면서 프로야구 흥행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O 관계자는 "이른바 '스타 플레이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들이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고 대결한다면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