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나의 중국' 폐기 시사]

"맥스 보커스(주중 미국대사)가 갑자기 바빠졌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잇따른 도발적인 행보에 당혹해하는 중국 정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평소 그의 면담 요청에 콧방귀도 안 뀌던 중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갑자기 그를 만나기 위해 면담 신청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느긋하던 중국이 트럼프의 최근 대중(對中) 발언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뒤늦게 부산해졌다. 중국은 지난달 말 왕양(汪洋) 경제부총리의 방미 때만 해도 트럼프 진영을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당시 외신들은 왕 부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친서를 들고 뉴욕에 들러 트럼프를 만날 것으로 봤지만, 예상을 깨고 왕 부총리는 워싱턴에서 미국 상무부 등과 회담만 마치고 곧바로 귀국했다.

중국 내에선 "선거 기간 중 트럼프의 발언이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도 작고 아시아 정책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가 미·중 관계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하나의 중국' 원칙마저 흔들고 나오자, 이제 미·중 관계에 대해서 자신 있게 얘기하는 이가 아무도 없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지난주 주요 관변 연구기관과 대학의 학자들을 대거 미국으로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워싱턴 및 뉴욕을 차례로 돌며 현지 싱크탱크 연구자나 학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진영의 의도와 새 정부 정책 방향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