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불친절한 제목이다. 밑도 끝도 없이 '도깨비'라니.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의 드라마인지 전혀 짐작되지 않는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낭만 설화.' 줄거리 설명을 읽어도 마찬가지다.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는 KBS2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이응복 PD가 8개월 만에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태양의 후예'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지만 '대사만 있고 서사는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최고의 드라마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김은숙 작가에겐 뼈아픈 지적이었을 것이다. 그는 '도깨비' 제작 발표회에서 "'우와, 김은숙이 이렇게도 해?'라는 반응이 나오게끔 변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일단 블록버스터급의 전투 장면으로 1회의 포문을 열었다. 고려시대 최고의 장수(공유)가 왕의 질투로 사형당한다. 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죽인 죗값으로 도깨비가 되어 영원히 죽지 못하는 벌을 받는다. 자신의 몸에 꽂힌 검을 볼 수 있는 여자를 만나면 죽을 수 있는데, 그가 939세 된 2016년에야 드디어 그런 여자(김고은)를 만난다.

'도깨비'는 황당한 설정으로는 그 어떤 드라마 못지않은데도 시청자를 강력하게 끌어들인다. '김은숙 매직'이란 말에 이의를 달기 어려울 정도로 그가 만들어낸 '터무니없는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1회 시청률 6.3%로 역대 tvN 드라마 첫 회 최고 기록을 세우더니 3회엔 12.4%로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드라마 ‘도깨비’는 939년을 살아온 도깨비(공유·오른쪽)와 열아홉 살 고 3 수험생(김고은)의 사랑 이야기다.

[배우 공유는 누구?]

"서사에 뒷심이 부족하고 톡톡 튀는 단발적 대사에 의지한다는 비판을 극복한 모습이 보인다. 특이한 대사를 자제하는 대신 캐릭터를 더욱 개성 있게 살렸다."(양지호 기자) 김은숙 드라마에 매번 등장하는 '명대사 어록'이 아직 나오지 않아 오히려 의아한 상황이다. 배우들의 호연도 한몫하고 있다. 돈에 쪼들리며 집과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여주인공은 자칫 공중에 붕 뜰 수 있는 드라마를 현실에 발붙이게 돕는다.

작가의 장기인 달달한 로맨스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귀신 나오는 이야기라 칙칙할 것이라 우려하기 쉬우나, 캐나다 퀘벡과 서울을 오가는 동화같이 예쁘고 신비로운 화면이 그런 예상을 깨버린다. 김은숙 작가의 로맨틱 코미디 속 남자 주인공은 재벌 2세에서 용맹한 군인으로, 초능력 지닌 도깨비로 점점 더 많은 능력을 갖춰간다. 이젠 돈만 많은 게 아니라, 여주인공이 촛불만 끄면 언제든 나타나고 위험에서 구해준다.

한집에 살게 된 도깨비와 저승사자(이동욱)의 브로맨스(남자들 사이의 우정)가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토닥거리면서도 속으로 서로 걱정해주는 모습이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아직 두 남자 사이 합이 잘 맞는 것 같지는 않다. "농담 주고받는 장면이 어색하거나 지루해 극 전개를 방해할 때가 꽤 있다."(최수현 기자)

결국 이 드라마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도깨비가 영생을 끝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끝없이 지켜봐야만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막상 자신을 죽음으로 인도할 여성을 만나자 생에 대한 미련으로 괴로워한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에서 숱한 죽음을 간접 체험하고 결국은 예외 없이 죽음에 이른다. 이 드라마가 세대를 초월하는 공감을 얻어내는 지점이다. "초등학생 딸과 나란히 앉아 쌍으로 입 벌리고 드라마를 봤다. 죽음마저 로맨스 요소로 승화시킨, 어린아이마저 끌어당기는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탄성이 나온다."(김윤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