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경제·안보 위기가 높은 가운데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았다. 탄핵안 가결이 사태 안정의 계기가 될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지 국민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각계 원로들에게 국정을 수습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을 들어봤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이미 헌법에 규정돼 있는 탄핵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앞으로 모든 것은 헌법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다. 법에 따라 하는 것, 그것밖에는 길이 없다. 국정 전반이 위기에 빠져있는데 국회와 정부는 이 비상 시국에 걸맞은 비장한 자세를 갖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
탄핵안이 가결됐으니 흐트러진 국정을 빨리 수습해서 지금 당면한 경제·안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내각이 자세를 바르게 잡아야 한다. 자꾸 일을 확대하거나 벌이려 하지 말고 관리 내각적 자세로 차분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좋다. 내각이 탄핵 대상이 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내각도 박근혜 대통령과 거의 공범 관계라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내각은 겸손하게 행정에 임해야 한다.
◇이세중 환경재단 이사장(전 변협회장)
정치권과 행정부, 국민은 냉정을 찾고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이 진행될 수 있도록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키고 전 사회의 시스템이 온전히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탄핵 절차와 별개로 '하야' '즉각 사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성숙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뿐더러 사회를 더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정국 안정의 흐름으로 가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내각 총사퇴는 해법이 아니다. 법이 정한 대로 총리가 상황을 이끌어야 한다. 동시에 빨리 개헌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 헌법 아래서 대선을 치르게 되면 다음 대통령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사실상 퇴임 절차를 밟는 만큼 촛불(시위)은 중단해야 한다.
◇신경식 헌정회장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리자.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국회 표결 때처럼 담을 둘러싸고 억압적으로 실력 행사를 하려 하면 안 된다. 각자 감정과 생각이 있겠지만, 법치국가에서는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의 위협은 갈수록 거세지고, 경제는 바닥이고, 사회는 혼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흔들림 없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손인웅 덕수교회 원로 목사
올 게 왔다. 다만 혼란은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 촛불 집회는 성숙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지금 혼란이 생겨선 안 된다. 우리 속담에 '쥐는 잡아도 독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잘못된 것은 잡더라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는 큰 독을 깨서는 안 된다.
◇김근상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주교
이제 헌법재판소가 되도록 빨리 결정을 내려 혼란을 막아야 한다. 정치권도 이 상황에서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완벽하게 이기려면 반드시 무리가 따른다. 이제는 충분한 냉각기가 필요하다. 국민도 차분히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원택 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준법정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퇴진하라' '하야하라'는 말은 헌법적 질서를 무시하는 것이다. 탄핵이 된 마당에 정치권이 나서서 민심을 수습해야지 선동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대선, 정권에 눈이 멀어 계산하다가는 정말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이 공백 상태에 놓여도 행정부가 작동하도록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경제 사령탑을 신속히 정해야 한다. 정치권이 정국을 수습하는 동안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경륜 있는 경제 부총리가 필요하다. 여야 합의를 통해 야당이 거부하지 않는 인사가 맡아야 한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전 산자부 장관)
이런 비상 시국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2004년과 비교할 때 지금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무엇보다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업종별 주요 기업·기관들과 소통을 늘려야 한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이 가결된 만큼 '묻지마식(式) 때리기' 풍조를 멈춰야 한다. 국정 농락 사태 수습 과정에서 검찰의 피의 사실 공표, 정치권의 민심 선동 등 법이 허용한 범위를 뛰어넘는 격앙된 비난이 만연했다.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면 '집단 최면'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