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릴 것 같은 젊은 남녀를 보면 이어주고 싶어진다. 실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들이 뺨 붉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두 사람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하며 짐짓 큰 소리로 말할 때 나의 뺨은 전혀 붉어지지 않는다. 짓궂어지는 것이고 늙는 것이다. 나이 듦에 감사하다. 사실은 좀 서운하다.

엊그제 저녁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일 때문에 만난 두 남녀는 각각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사지 멀쩡했고 여자는 유쾌 발랄했다. 비슷한 또래였고 이른바 조건이랄 것들도 비슷해 보였다. 일 얘기가 끝나자 슬슬 먹고 노는 분위기가 됐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했더니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고 여자는 발끈(하는 척)했다.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웃은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하느냐'는 뜻이었고 여자가 발끈한 이유는 '그렇게 고마운 얘기를 면전에서 하면 작전이 들통나는 것 아니냐'는 뜻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보통 화가 났을 때 발끈하는 그것과는 분명 다른 발끈함이었다.

여자가 화장실에 갔을 때 남자에게 물었다. "아니, 진짜 저 친구 괜찮은 것 같은데…." 남자는 "아휴, 뭐…"라고 했다. '나한테 작전이 다 있으니 신경 꺼요'라는 말이 생략돼 있는 것 같았다. 남자가 화장실에 간다며 일어났을 때 나는 눈치 챘다. 화장실에 간 사이 여자한테도 같은 말을 해달라는 그 조용하고도 강렬한 요청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다면 남자들끼리는 그런 거 알 수밖에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여자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저 친구 괜찮아 보이는데…." 여자가 "그렇죠? 내일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하려고요"라고 하기에 깜짝 놀랐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는 사실 "아,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진짜"라고 말했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들렸는지는 알 수 없다.

두 사람을 그렇게 휘저어놓고 킬킬대다가 화장실 간다고 식당 밖에 나왔다. 하늘에 단무지와 똑같이 생긴 반달이 떠 있었다. 달 반쪽을 누가 베어 먹었나. 괜히 혼자 중얼거렸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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