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조교수

지난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 무대에 가수 양희은이 사전(事前) 예고 없이 등장했다. 그가 '아침이슬' '행복의 나라로' '상록수'를 부르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큰 호응을 보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밥 딜런을 떠올렸다. 가수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밥 딜런과 '아침이슬'과 '상록수'의 작곡·작사가인 김민기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사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노래를 만들었고, 은유와 비유가 담긴 문학적인 가사를 통해 그 이야기를 전했다. 1960년대 밥 딜런의 대표곡인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이나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은 반전(反戰)과 저항,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사 속에 당시 미국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노래들은 반전과 평화, 자유를 외치던 젊은이들의 송가(頌歌)가 되어 저항 음악의 대명사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아침이슬'과 '상록수' 역시 저항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나오지 않는다. 노래에 담긴 문학적인 표현과 정부에 의해 금지곡이 되었다는 역사적 맥락이 겹치면서 저항과 사회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밥 딜런과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누렸던 미국 모타운(Motown) 레이블의 음악도 비슷하다. 마빈 게이, 다이애나 로스, 스티비 원더 등 당대 최고 인기 가수들을 배출했던 모타운은 흑인 음악 특유의 흥겨운 리듬감에 백인 팝 음악의 부드러운 대중성을 결합해서 '모타운 사운드'로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당초 모타운 가수들의 노래에도 사회적 메시지는 담겨 있지 않았지만, 1960년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주도했던 '흑인 민권 운동'과 만나면서 '흑백 간의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음악'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비판적 가사를 직접 내세우지 않아도 음악은 부조리한 사회와 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음악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적 맥락과 수용자들의 해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