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교수·뇌과학

얼마 전 스위스 로잔 공대(EPFL) 연구팀이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를 다시 걷게 해 화제가 됐다. 사실 EPFL 팀이 사용한 개별 기술 그 자체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뇌파 측정 기술, 기계 학습을 통한 뇌 신호 판독, 그리고 정확한 하반신 근육 자극. 모두 이미 알려진 기술이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의 조합, 무선 통신 기술을 이용한 뇌파 신호 전달, 그리고 인간과 가장 비슷한 원숭이 실험에서의 성공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단골 주제로 등장하는 기계와 결합된 인간, 사이보그의 시대가 코앞에 온 것일까? 전신 마비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곧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불행히도 여전히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두개골을 열고 뇌에 전극을 심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뇌는 수많은 뇌파의 시공간적 패턴을 통해 정보를 처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확한 신호 측정을 위해 최대한 많은 신경세포의 신호를 측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마치 '두부'처럼 부드러운 뇌에 수백, 수천 개의 전극을 심는다면? 뇌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뇌를 파괴시키지 않고 정확한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네이처지에 소개한 '신경그물'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플렉시블 전자 재료로 만들어진 신경그물은 주사기를 통해 뇌에 투입이 가능하다. 그물은 뇌 안에서 펼쳐져 넓은 영역에서의 신경세포 측정이 가능해진다.

자율 자동차와 화성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남은 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머스크는 얼마 전 망설이다 대답한다. 증강된 인간이라고. 기존 인간보다 뛰어난 미래 인공지능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 역시 진화해야 하기에 뇌를 증강시켜야 한다고. 그리고 인간의 뇌를 증강하기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가 최근 개발된 신경그물이지 않겠느냐고 그는 대답한다. 최신 네이처 논문을 읽고 이해하는 CEO. 우리는 언제나 그런 CEO를 경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