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39분9초, 정몽구 3분38초, 김승연 1분15초 답변]

6일 국회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 1차 청문회가 열렸다.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28년 전 5공 비리 청문회에 이어 두 번째다. 권력과 모종의 유착이 있었느냐는 의혹을 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한꺼번에 청문회에 불려나온 자체가 개탄할 일이다.

이날 청문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해 어떤 혜택이나 대가를 약속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받아냈느냐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었다. 재벌 총수들은 한결같이 대가성은 부인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정부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 힘든 건 한국적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문을 받았다. 삼성이 유일하게 최씨 측에 직접 돈을 건네고 딸 정유라의 승마 지원을 한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죄송하다" "적절치 못한 지원이 있었다"고 수십 번도 더 사과해야 했다. "미래전략실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면 없애겠다"고도 했다. 이날 청문회를 통해 전경련의 해체도 불가피해졌다.

28년 전 총수들이 불려 나올 때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10배 커졌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규모와 위상은 그 이상으로 커졌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럼에도 권력이 손 벌리면 기업이 돈 대는 후진적 관행은 28년 전이나 달라진 게 없다. 검찰 공소장에 기업들의 대가성 등 범죄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정권 탓 하면서 "억울하다"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날 청문회는 세계에 보도됐다.

재벌 총수 집단 청문회는 이게 마지막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이 더 투명하고 선진화돼야 권력이나 비선 실세의 압력에 당당할 수 있다. 기업이 권력을 두려워하는 것은 먼지털기식 표적 검찰 수사와 세무 조사 때문이다. 권력이 검찰과 국세청을 자의적으로 동원할 수 없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수많은 인허가권에 대한 규제 개혁도 필요하다. 기업 약점을 잡고 갖은 청탁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