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보급할 ‘학생부 기재 요령’은 새 학기인 3월부터 적용된다.

요즘 고교 교사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부산하다. 지난달 말 교육부가 공개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 개선 방안' 때문이다. 교육부는 학생부 기재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학교 간 수준차를 줄이고, 항목별 입력 주체를 명확히 해 신뢰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학생부를 이렇게까지 세부적으로 통제하는 건 학생부종합전형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교육부 정책에 따라 학생부가 모두 비슷해지면 대학의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부종합전형 위축될까… 일반고 불만 높아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부에 지나친 제약을 가하면 학생 역량을 보여줄 기회를 제한해 학생부종합전형이 위축되고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사항은 독서 활동이다. 기존에 간단한 독서 감상(성향)까지 쓸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읽은 책 제목과 저자만 기재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학생이 감상문을 써오면 교사가 학생부에 기재하는데,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종우 서울 양재고 교사는 "감상평을 못 믿는다면서 독서 목록은 어떻게 신뢰하느냐"고 했다. 김 교사는 "독서는 지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요소"라며 "독서 항목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대처럼 자기소개서에 독서 문항을 추가하거나 면접에서 독서 관련 질문이 늘어나는 등 부가 절차를 강화하는 대학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기록이나 평가를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그간 학생부가 독서에 대해 동기 부여를 했던 건 사실"이라며 "안 그래도 형편없는 고교생 독서량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일반고 교사들은 방과 후 활동 내용을 강좌 명과 이수 시간만 기재하도록 한 점에 대해 우려했다. 교과 시간표를 비교적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특목·자사고와 달리, 일반고는 정해진 교육 과정을 따라야 하므로 정규 수업이 아닌 방과 후 수업에서 심화 과정이나 연구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유제숙 서울 한영고 교사는 "방과 후 활동을 자세히 쓸 수 없다면 일반고에선 학생 성장 과정과 학업에 대한 열의를 드러낼 요소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라며 "(과정을 중시하는 정성 평가를 지향한다면서) 결과만 쓰도록 하는 건 사실상 정량 평가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점점 학생부교과전형과 비슷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지금도 글자 수 제한 등으로 비교과에 관한 평가 자료가 부족해 학생부종합전형임에도 내신을 첫 번째로 강조하는 대학이 많은 상황"이라며 "제재가 늘수록 이 같은 흐름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 교사는 "결국 교과 성적 중심인 학생부교과전형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을 평가할 요소가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석록 한국외국어대 입학실장은 "이대로라면 학생부를 보고 학생 역량을 가늠할 만한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독서 기록의 경우 학업 능력이나 관심사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사항임에도 제한을 뒀다는 점에서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토론 수업 늘고 세특 중요해질 것

이번 방안으로 고교 수업과 대학의 평가 방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창의적 체험 활동이나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에 교사가 상시 관찰하고 평가한 구체적 활동을 적시하고 추상적 표현을 지양하라'는 방침 때문이다. 이 항목을 확정하면 향후 교사들은 해당 항목에 '탁월하다' '우수하다' 등의 막연한 형용사를 쓰지 못한다. 김혜남 교사는 "활동을 근거로 한 명확한 표현을 써야 하기 때문에 수업이 각종 활동 위주로 바뀔 것"이라며 "토론과 발표 같은 다양한 수업이 도입되고 수행평가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숙 건국대 입학전형전문교수(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는 "그간 경험에 비춰 보면 학생부 기재량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평가자들 사이에선 '학생부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추상적 표현이 너무 많아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많았다"며 "이번 개선 방안은 학생부에서 '힘 줄 곳과 뺄 곳'을 잘 골라내면서 신뢰성도 높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면접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한양대의 경우 입학사정관이 학생부에서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을 더 눈여겨볼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세특에는 각 교과 교사가 학생 특성을 입력한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총괄팀장은 "누적 활동 위주로 쓰도록 함으로써 세특에 더 구체적 정보가 담길 것이므로 여기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고교 현장에서 토론이나 독서 발표 등의 수업을 하면서 사실 위주로 써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 팀장은 "그러기 위해선 현재 과목별 500자로 제한된 세특의 글자 수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학생부를 놓고 '학생이 써온 기록을 그대로 적어주는 (학생)셀프 기록부가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며 "이번 개선 방안이 적용되면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서 기록 등 기재가 제한된 부분에 대해선 면접과 같은 검증 과정을 거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내년 1월 '학생부 기재 요령'을 확정해 보급하고, 3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