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동기인 40대 초반의 아시아나항공 부기장 A씨와 B씨는 지난 2일 오전 인천발 뉴욕행 OZ 222편에서 운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천~뉴욕 노선은 비행시간이 13시간 정도로 길어 기장 2명과 부기장 2명이 2개 조(기장·부기장 1명씩)를 짜서 조종간을 잡게 되어 있다.
부기장 두 명은 평소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였다고 한다. 나란히 군 헬기 조종사 출신이고, 민간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 입사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5년간 일하면서 같이 운항을 다닌 횟수도 수십 차례였다.
그런데 이날은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 주먹질까지 하게 됐다. A씨가 비행기 뒤편의 기내 승무원 휴식 공간(일명 벙커)에서 B씨에게 장난을 친 것이 화근이었다. B씨가 발끈했고, 두 사람은 고함과 욕설을 주고받다가 주먹까지 휘두르고 말았다. 주위에 있던 기장 두 명이 A씨와 B씨를 떼어놓았지만, 한번 격해진 감정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20분 가까이 소란이 이어지자 공항 경찰대가 기내로 출동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안전운항팀 담당자는 두 부기장과 면담을 했다. 이들이 정상적으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싸움의 원인을 제공했던 A씨는 '빠지겠다'고 말했고, B씨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A씨 대신 비상 상황을 대비해 공항에서 대기하는 예비 조종사를 투입했다.
두 부기장의 기내 난투극 탓에 OZ 222편은 예정했던 오전 11시보다 44분 늦게 출발했다. 승객 275명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1시간 가까이 탑승하지 못하고 게이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B씨가 뉴욕 왕복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6일쯤 자세한 사고 경위를 파악한 다음,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 승무원의 품위 유지 규정 위반, 승객에게 불편을 준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어 감봉이나 정직 등의 처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