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출석하는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취재를 과도하게 제한해 구설수에 올랐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발송한 메일을 통해 오는 6일과 7일 예정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이하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취재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6일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최순실씨 등이 일반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청문회는 삼성 경영권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의 조사를 위해 삼성미래전략실과 삼성물산 주요 임원과 국민연금공단 임원들도 출석해 '이재용 청문회'로도 불린다.

6일 청문회는 이재용 부회장 개인에게는 첫 국회 출석이다. 그동안 야당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이 부회장을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요구는 많이 했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국회사무처가 취재가 가능한 기자의 정원을 취재기자 35명, 사진기자 26명, TV촬영 12명으로 제한한 점이다. 보도신청이 접수되면 국회사무처는 이들에게 취재비표를 개별적으로 배부하며, 비표를 소지하지 못한 취재진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장 출입이 제한된다.

통상 이같은 취재 제한은 경호상의 목적으로 대통령 및 해외 국가원수급 인사의 국회 방문시 취재에 한해 이뤄졌다. 역대 사례를 보면 2012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국회 방문, 2015년 독일 대통령 국회방문 및 박근혜 대통령 예산안 시정 연설, 올해 2월과 10월 박 대통령의 국회연설 및 예산안 시정연설등이 있지만 기업 총수 등 일반증인의 출석을 이유로 해당 청문회에 기자들의 출입과 취재를 제한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취재 신청을 따로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월 기획재정위와 정무위원회가 같은 장소에서 실시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도 별도로 취재신청을 받지 않았다.

국회가 취재 제한을 위해 보도신청을 받은 사례

하지만, 최순실 청문회의 경우 취재기자는 국회 상시출입기자 규모가 5인(중앙 일간지 및 방송사, 인터넷언론의 경우 3인) 이상인 대형 언론사에 취재정원을 우선 배정하기로해 규모가 작은 언론사는 취재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또 국회사무처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신청자 본인이 담당 부서 사무실로 직접 방문해서 접수한 경우만 취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회와 타 출입처를 오가는 한 언론사 기자는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담당 부서 앞에서 "보도 신청을 하라는 공지가 나간 시점이 오후 2시반인 점을 고려하면 2시간 30분 내에 담당 부서를 직접 방문해 신청하라는 것은 무리인데, 신청하더라도 취재를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언론 뿐 아니라 외신들도 이같은 취재 제한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에 대해 "오늘 같은 사태가 벌어진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재벌, 특히 삼성그룹은 마치 법 위에 있는 예외적 존재인 것처럼 우리 사회가 대우했기 때문"이라며 "바로 그런 문제점과 진실을 밝혀야 할 청문회에서 또다시 재벌 총수를 예외적 존재로 인정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는 이같은 취재 제한 논란에 대해 "장소가 제한된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취재진이 몰려 생길 수 있는 혼잡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처 관계자는 “청문회에 앉을 수 있는 방청석 숫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따로 신청을 받지 않으면 장내가 너무 혼잡해질 수 있다”면서 “취재진을 위한 좌석을 최대한 배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증인들에 대한 의전을 위해 취재 신청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