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신촌 한 오락실에 들어서자 50㎡(약 15평) 크기 업소에 인형뽑기 기계 20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기계마다 '피카츄' '라바' 등 캐릭터 인형 20여 개가 수북했다. 사람들은 1000원 지폐를 기계에 밀어 넣고 스틱과 버튼으로 인형들을 뽑느라 여념이 없었다. 요즘 도심에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일명 '인형뽑기방' 풍경이다.

5000원 넘는 인형뽑기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사람은 몰랐다. 한 여성은 “5000 원 미만 경품을 누가 대여섯 판씩 하며 공들여 뽑겠느냐”라고 말했다.

'인형뽑기방' 상당수가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과 논란이 동시에 일고 있다. 인형뽑기 기계 속 인형 대부분을 인형가게에서 살 때 가격은 2만원가량이다. 작은 인형들도 최소 8000원 이상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게임제공업'에 해당하는 인형뽑기방에서는 경품으로 소비자가격 5000원 이하의 문구·완구류만 제공할 수 있다. 그 이상의 물품은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업주들은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 규정"이라며 불법임을 알고도 고가의 인형들을 경품으로 내걸고 있다.

현행법을 적용하면 이 신촌의 인형뽑기방의 기계 20대가 모두 불법 게임물이었고, 이곳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는 다른 인형뽑기방 기계 23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은 거의 없고 사실상 방치돼 있는 상태다.

전국 게임제공업소 중 상호에 '뽑기'란 단어가 들어간 업소 수는 지난 9월 147곳에서 11월 415곳으로 두 달 만에 3배로 늘었다. 그러나 현재 성업 중인 인형뽑기 가게 어디를 들어가 봐도 소비자가 5000원 이하의 인형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형뽑기 업자들에게 피카츄, 헬로키티 등 캐릭터 인형을 대량 공급하는 인천의 A 수입사 관계자는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인형은 (업자에게) 가장 많이 나가는 25㎝ 크기 기준으로 공장 출고가부터 5000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불법성을 알고 있음에도 업자들은 당당한 태도다. 지난달부터 서울 홍대 거리에서 인형뽑기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5)씨는 "주변에 인형뽑기 기계 40~50대 놓고 장사하는 데도 많지만, 가격 규정으로 걸면 다 문 닫아야 한다"며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규정은 결국 업자더러 싸구려 짝퉁 캐릭터 인형을 쓰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경찰과 함께 지난 9월 전국 인형뽑기방을 대상으로 특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때 현장에 나갔던 한 조사관은 "기계의 불법 개·변조 같은 위반 사항은 업자들도 인정했지만, 인형 가격에 대해선 '내가 인터넷으로 살 땐 5000원 이하였다'고 주장해 단속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인형뽑기방 업자는 "인형 가격이 문제가 된다 해도 일 년에 몇 번 없는 현장 단속만 잘 넘기면 된다"고 말했다.

'5000원 상한'을 규정한 게임산업법 시행령 규정은 2007년 처음 생긴 후 현재까지 그대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오래된 규정이라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데, 자칫 이용자들의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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