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 H.O.T.와 함께 1990년대를 풍미했던 원조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의 새 음반 발표 간담회가 열렸다. 그런데 신보(新譜)의 구성이 특이했다. 11곡 가운데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세 단어'를 제외하면, '커플'과 '학원별곡' 등 10곡 모두 예전 자신의 히트곡을 편곡해서 다시 녹음한 곡들이었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팬들의 추억에 호소하는 '복고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멤버 은지원은 "기존 팬들과 새로운 팬들에게 모두 다가갈 수 있는 접점을 찾고자 노력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젝스키스.

핑클과 함께 1990년대를 대표했던 걸그룹 S.E.S.도 내년 결성 20주년을 앞두고 최근 재결합 소식을 발표했다. 2002년 해산 이후 14년 만에 돌아오는 이들의 복귀 곡 역시 예전 히트곡인 '러브(Love)'를 편곡한 '러브[스토리]'다. '러브'에 또 다른 히트곡인 'I'm Your Girl'과 새로운 랩을 추가해서 한 곡처럼 어우러지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들은 오는 30~31일 세종대에서 복귀 콘서트를 열고, 다음 달 초에는 스페셜 음반도 발표할 예정이다.

결성 20주년을 앞두고 최근 재결합 소식을 발표한 걸그룹 S.E.S.의 바다·유진·슈(왼쪽부터).

지난 2014년 활동을 재개한 god를 필두로 최근 젝키와 S.E.S.까지 1990년대 원조 아이돌 그룹들이 귀환하고 있다. 이들의 컴백 전략은 '복고풍'이다. 20년간 달라진 음악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고정 팬'들의 추억에 호소하는 방식이다. 아이돌 음악 전문 비평 웹진인 '아이돌로지'의 문용민(필명 '미묘') 편집장은 "최근 아이돌 음악은 힙합과 발라드, 록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까지 장르가 지나치게 세분화해서 30~40대 팬들이 즐기기에는 다소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런 팬들에게는 원조 아이돌 그룹의 복고풍 음악들이 편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청춘스타들이 복귀할 때 트로트와 포크 같은 성인 취향의 장르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원년 멤버들이 그대로 댄스 음악을 부른다는 점도 차이다. "1970~80년대에 태어나 청소년 시절에 아이돌 음악을 즐겼던 팬들이 30~40대가 된 이후에도 대중문화 시장에서 탄탄한 소비자층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386세대'가 정치적 주도 세력으로 성장했다면, 그 이후의 세대는 문화적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특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조교수는 "예전에는 결혼과 취업을 하고 나면 음반과 공연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물러났지만, 지금 30~40대는 여전히 강력한 구매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조 아이돌의 복귀 현상이 '반짝 인기'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연예 프로그램 '무한도전' 등을 통해 1990년대 대중문화가 재조명되면서 아이돌 그룹의 컴백이 잇따르고 있지만, 단기적 프로젝트를 벗어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