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배려, 당당한 여성, 자연 친화적인 생태학적 가치까지 제주 해녀 문화에는 유네스코가 강조하는 가치가 다 들어 있어요."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지난 30일, 임돈희 무형유산학회장(동국대 석좌교수·사진)은 "지금까지 해녀의 이미지는 희생적인 어머니, 가족을 먹여 살리는 여성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며 "해녀야말로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라고 했다. "바다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고 제주 지역의 기후에 대해서도 경험과 지식이 축적돼 있죠. 이제부터라도 해녀를 다양한 이미지로 조명해야 합니다."
학술원 회원이자 민속학자인 임 교수는 우리나라 인류무형유산 등재의 산증인이다. 2000년 유네스코에서 무형유산 선정 국제심사위원단이 처음 꾸려졌을 때 아시아 유일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2001년과 2003년 종묘제례악과 판소리가 채택되는 현장을 지켜봤다.
올해 제주 해녀 문화가 등재되는 데도 그의 노하우가 큰 힘이 됐다. 임 교수는 "인류무형유산 등재 기준에서 유네스코가 갈수록 '젠더' 이슈를 강조하고 있다. 등재 신청서 항목이 계속 바뀌는데 최근엔 해당 커뮤니티에서 여성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쓰라고 한다"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 해녀의 가치를 유네스코가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키워드 정보] 제주 해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그는 해녀들이 자원을 보호하면서 생업 활동을 한다는 점, 그리고 '불턱'(돌담을 쌓아 바람 막은 곳)과 '할망 바당(할머니 바다)'으로 상징되는 공동체·배려 문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불턱은 해녀들이 잠수복을 갈아입는 탈의장이면서, 바다에서 나온 해녀들이 불을 지펴 추위를 녹이면서 물질 기술을 전수하거나 회의를 하는 공동체 장소를 뜻합니다. 할망 바당은 나이 많고 체력 약한 고령 해녀들이 얕은 수심에서 안전하게 수산물을 채취할 수 있게 조성한 곳인데 젊은 해녀들은 들어가지 않아요. 고령 해녀를 위한 배려의 문화죠."
지난해 제주 해녀 인구는 4377명. 1970년 1만4143명, 1980년 7804명에서 갈수록 줄고 있다. 이렇게 급감하고 있는 해녀가 '지속가능한 유산'이 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무형유산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죽어가는 걸 심폐소생해서 살리자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유산'인지 묻는 거죠. 구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경제가치 창출, 생태 보호 등 무형유산이 인류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강조합니다. 우리도 무형유산을 옛것 그대로 보존·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에서 당당히 기능할 수 있게 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