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교육감, 18개 중학교 교장 불러 "국정교과서 쓰지 말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30일 서울 시내 18개 중학교 교장을 불러 이들 학교가 내년 3월부터 새 국정교과서를 교재로 실시하기로 했던 1학년 역사 수업을 하지 말도록 했다고 한다. 교장들은 예정된 역사 과목 편성을 취소하기로 했다. 고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새 역사 교과서에 대해 "12월 23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이 확정되지도 않은 교과서 사용을 미루도록 종용하는 것은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권과 교과서 선택권을 훼손하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정부 예산으로 558개 학교에 '친일 인명 사전'을 배포하며 "보수든 진보든 다양한 관점의 책들이 도서관에 비치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랬던 그가 새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검토하는 것조차 거부하겠다"며 원천 봉쇄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새 교과서 검토본을 한쪽에서는 '박근혜 교과서'라고 비난한다. 검토본에서 1960~70년대 서술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박정희만을 특별히 미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오도 서술했다. 검토본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에 대한 언급 없이 치적(治績)만 기술했다. 현재 상당수 고교가 쓰고 있는 한 검정 교과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딱 한 장 나온다. 5·16 군사정변 때 군복에 선글라스 끼고 서울 시청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 반면 다른 어느 대통령 사진은 민주화 운동 때나 남북정상회담 때의 활짝 웃는 모습 등 4장이 실렸다. 이는 공정하고 균형 있는 서술인가. 조 교육감은 새 역사 교과서를 제대로 읽어나 봤는가. 더 이상 학교의 교과서 선택권에 개입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