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방문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1일 다시 찾았다. 잿더미가 된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상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예전 열렬한 환영 일색이었던 상인들의 반응이 이번에는 달랐다. 여전히 박 대통령을 반갑게 맞는 상인들이 있었으나, 불만을 나타내는 상인들도 있었다. 방문 현장 한쪽에서는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 회원들이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시장에 도착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김영오 상인회장과 인사한 후 바로 상황실로 들어갔다.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피해상황을 전해들은 박 대통령은 피해 상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현장을 둘러본 뒤 20분 만인 1시50쯤 시장을 떠났다.

대구 현지 언론과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을 맞은 대구 시민과 상인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상인 박모씨는 “대통령이 이번 사고로 생계를 잃은 피해 상인들을 만나지도 않고 행정적인 업무만 보고 간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아진상가 상인 이모(58·여)씨는 “시국이 이런데 온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는데 특별재난구역 선포해주면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일부 상인들은 “여기까지 내려와서 상인들 얼굴도 보지 않는 건가”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승용차에서 내릴 때 둘러서 있는 상인들 중에는 “박근혜 파이팅!” “힘 내세요”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박 대통령을 지켜보며 말 없이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생선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이런 슬픈 상황에서 오니 반갑다”고 했고, 윤모씨도 “예전에 박 대통령이 방문하고 난 뒤 서문시장이 더 활성화 됐다”며 “이번에 환호를 못해줘 아쉽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보였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박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일부 대구 시민들 사이에는 지지자들을 모으는 긴급 카카오톡 메시지가 돌기도 했다고 한다. 매일신문은 “‘긴급연락’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오후 2시에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십니다. 동산병원 건너편 화재현장으로 태극기 가지고 오세요. 없으면 그냥 오세요’라고 쓰여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