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중남미 야구 리그에서 뛰던 한 미국인 선수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된 나라. 그는 미지의 한국이 참 추웠다고 한다.

NC의 에릭 테임즈(30)는 미 메이저리그(MLB)에선 그저 그런 선수였다. 2011~2012년 MLB 181경기에 띄엄띄엄 출전하며 올린 성적은 타율 0.250에 홈런 21개였다. 그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메이저와 마이너리그 이 팀 저 팀을 옮겨 다니는 신세였다.

테임즈는 한국 야구 밥을 먹으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2011년 메이저리그 데뷔 당시(아래 사진) 테임즈는 지금 같은 근육질(위 사진)이 아니었다. 전 소속팀 NC에선“팔의 두께가 거의 두 배가 됐다”고 말한다. 30일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은 테임즈는“이제 (MLB 무대에) 복귀할 준비가 다 됐다”고 말했다.

지금의 그는 완전히 다른 선수다. 테임즈는 30일 MLB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으며 화려하게 MLB 무대로 유턴했다. 3년 1600만달러(약 187억원)에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보장된 파격 조건이다. 브루어스는 그의 영입을 위해 올 시즌 41홈런을 친 내셔널리그 홈런왕 크리스 카터(30)도 내보냈다. 2013년 마이너리그에서 연봉 49만달러(약 5억7000만원)를 받았던 테임즈는 어떻게 3년 만에 10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 사나이가 됐을까.

◇한국식 맞춤 과외가 통했다

테임즈는 2014년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폭발적인 성적을 냈다. 하지만 국내 투수들은 그의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바로 몸쪽 높은 코스였다. 테임즈는 이 공에 헛스윙을 연발하고 있었다. 한국식 '맞춤 과외 야구'의 힘이 발휘된 건 이때부터다. NC 코칭스태프는 테임즈의 타격 영상을 정밀 분석해 원인을 찾았다. 왼손 타자인 테임즈가 스윙할 때 오른쪽 팔꿈치가 위쪽으로 들리는 현상이었다. 팔꿈치가 들리면 방망이 머리 부분이 아래로 내려가 높은 공을 치기 어렵게 된다. 분석팀은 테임즈의 타격 영상을 모아 태블릿PC에 담아줬다. 언제든 자신의 타격 자세를 연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테임즈는 이렇게 스윙을 수정해 약점을 이겨냈다. NC는 성격 급한 테임즈가 유인구에 서둘러 방망이를 휘두르는 약점도 고쳤다. 덕분에 출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미국 야구도 선수를 분석하고 지도하는 건 한국과 똑같다. 하지만 미국 구단들은 타자들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맡겨두는 편이다. 한국은 다르다. 코치들이 달라붙고, 분석팀이 가동돼 최선의 전략을 찾아낸 뒤 선수에게 '족집게 강의'를 하는 곳이 한국 야구다. 민훈기 야구 해설위원은 "자율적인 분위기의 MLB와 달리 KBO리그엔 선수별 '맞춤 과외'를 하는 문화가 있다"며 "테임즈 같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키기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神)의 한 수' 포지션 전향

MLB 당시 테임즈는 1루수가 아니라 외야수였는데,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불안한 수비였다. 그래서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로도 자주 나왔다. 하지만 테임즈는 MLB에서 포지션을 바꿀 기회를 얻지 못했다. NC는 그런 테임즈를 데려와 수비 부담이 적은 붙박이 1루수를 맡겼다. 수비 부담을 줄이고 타격을 극대화하자는 전략이었다. NC 박찬훈 스카우트는 "MLB에서 포지션 변경은 '마지막 처방'이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1루수 전향을 제안했다"고 했다. 이는 테임즈의 또 다른 자산이 됐다. MLB 브루어스가 그를 영입한 이유 중 하나도 그가 듬직한 1루수이기 때문이었다.

MLB 시절과 다르게 전 경기 출장 기회를 얻은 테임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을 올렸다. "웨이트로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구단 관계자들의 조언도 영향을 미쳤다.

NC 최훈재 전 타격 코치는 "테임즈는 원정 경기 때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큰 여행용 가방 2개를 끌고 다녔다"며 "순식간에 팔 두께가 2배가 돼 다들 놀랐다"고 말했다. 웨이트로 파워가 증가하고, 스윙 스피드도 더욱 빨라지는 효과를 얻었다.

테임즈는 이날 입단식에서 한국 야구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경기 상황을 읽는 법을 배웠다. 즐겁게 나를 바꾼 시간이었다. 처음 MLB에 데뷔했을 때는 그저 공격적인 타자였지만 지금은 투수를 상대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