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보〉(121~136)=결과부터 말하면 이 바둑은 구리(33)가 이겼다. 이로써 이영구는 구리와 통산 네 판을 두어 모두 패했다. 실력이 못 미친다고 말해도 반박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영구는 이전 판에서 스무 살의 젊은 강자 미위팅을 완파하고 올라왔다. 현 중국 랭킹에서 미위팅은 3위, 구리는 10위다. 이럴 때 이영구와 구리와의 관계를 사람들은 '천적'이라고 부른다. 이상하게 스텝이 엉키는 징크스를 이영구는 이번에도 풀지 못했다.

백이 △로 둔 장면. 흑은 눈을 질끈 감고 121로 지킨다. 이곳을 빼앗기면 어차피 집으로 안 되므로 최대한 버틴 것. 하지만 칼집을 두들기며 어르기만 하던 구리가 마침내 칼을 뽑아 든다. 122로 한 번 찌른 뒤 124로 차단하니 상하의 흑이 양분(兩分)됐다. 128까지 백은 한 발짝씩 서서히 숨통을 조여간다.

131도 어쩔 수 없는 저항. 이 수로 참고도 ▲에 두어 상변을 보강하면 백 1~7의 간단한 수순으로 좌변 흑 대마가 함몰한다. 그래서 131이었는데, 이번엔 132 단수치고 134로 치중하니 대책이 없다. 흑은 135 단수로 호흡을 다듬더니 고개를 숙여 패국을 인정했다. 상변 흑 대마의 사활에 대한 설명은 다음 보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