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수퍼 매치'라 불렸던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대결은 올해 '김빠진 수퍼 매치'라는 소리를 들었다. 전통의 명가 수원이 올해 강등 위기까지 간 데 비해, 서울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두 팀은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가까스로 클래식 최종 7위로 강등을 모면한 수원으로선 성난 팬들을 달랠 마지막 기회가 올 시즌 최종전인 FC서울과의 FA컵 결승이었다. 27일 열린 결승 1차전 수원 홈경기엔 3만1000여 관중이 몰려들었다. 관중들은 몰락한 명가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날 두 팀의 경기는 라이벌전의 옛 명성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화끈했다. 리그에서 부진에 허덕일 때와 달리 수원은 전반부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고, 리그 우승팀이자 지난해 FA컵 우승팀 서울도 팽팽하게 맞섰다. 부지런한 전방 압박으로 기회를 노리던 수원은 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상호가 헤딩으로 떨어뜨린 공을 조나탄이 골로 연결하며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후반 5분 서울 주세종의 동점골이 터지며 양팀은 다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승부를 결정한 인물은 수원의 주장이자 '왼발의 달인' 염기훈이었다. 정교한 왼발 킥을 가진 염기훈은 후반 13분 골문으로부터 30여m 떨어진 왼쪽 측면에서 절묘한 왼발 중거리슛을 꽂았다. 서울 수비진과 골키퍼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킥이었다. 지난달 부진에 대한 팬들의 항의에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던 염기훈은 결승골로 보답을 했다. 경기는 수원의 2대1 승리로 끝났다.
수원은 이날 승리로 FA컵 홈경기 14승 5무의 홈 절대 강세를 이어갔다. 황선홍 서울 감독을 누른 서정원 수원 감독은 "우승에 대한 선수들의 간절함과 굶주림이 승리로 이끌었다"고 했고, 염기훈은 "빗맞은 크로스였는데 골이 돼서 나도 놀랐다"며 웃었다. 양팀의 2차전(최종전)은 12월 3일 오후 1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