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

풍성하던 은행잎도 바짝 마른 낙엽이 되었어요. 찬 바람이 강해지고 풍경도 건조해지는 이맘때 계절성 우울감이 커집니다. 일조량 부족으로 호르몬 균형이 깨져서 그렇다고요. 한 해의 끝자락이라는 허무감, 또 나이를 먹는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올겨울은 안타까운 뉴스들이 마음을 더 시리게 하고요.

저는 누구보다 날씨를 많이 탑니다. 요즘 들어 우울함이 깊어져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서점에 가서 끌리는 제목의 책을 봅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자존감 수업'이 있었어요. 제 울적함의 이유가 자존감이 낮아서라 생각했는데 반갑더군요. 일과 대인 관계, 성격 등 여러 면에서 제가 맘에 안 들었거든요. 외부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되고요. 제 삶에 '나'는 없고 '타인'만 존재하더군요.

책들은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라'고 조언합니다. 단순한데 어려운가 봐요. 많은 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니 말입니다. 울면서 책을 끌어안았다는 분도 있더군요. 제가 도움을 얻은 부분은 남들의 사례였어요. 같은 아픔을 겪는 이가 또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도 위로가 됐습니다.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격려도 더해지고요.

이 글에 감정 이입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매일 웃으며 방송하는 저도 카메라가 꺼지면 같은 심정이에요. 조금이나마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약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기에 괜찮습니다. 이렇게 글 쓰면서 단단해지니까요. 나는 아무 잘못 없다는 태도보다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이 우리를 더 성숙하게 할 거예요.

개봉 40주년을 맞은 영화 '록키'에 명대사가 있지요. "인생은 얼마나 센 펀치를 날릴 수 있느냐가 아니다. 얻어맞고도 계속 움직이며 나아갈 수 있느냐다." 마음 무너질 일이 많은 삶이지만 자신을 믿고 계속 나아가시길 응원합니다.

주말엔 추위가 풀립니다. 기온이 오른다 해도 이제는 쭉 겨울입니다. 추운 연말, 건강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