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 시각) 차기 정부 장관급 인사에 처음으로 여성을 지명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 지명된 니키 헤일리(44) 사우스캐롤라이나주지사는 미국 현직 주지사 중 최연소인 인도계 미국인이다. 교육부 장관 지명자인 베치 디보스(58)는 억만장자이자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로, 학교 선택권 확대를 옹호해온 운동가이다. 두 사람 모두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반대자였다. 헤일리는 "트럼프는 주지사들이 원하지 않는 모든 것을 가진 대선 후보"라고 했고, 디보스는 "(트럼프가) 공화당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법무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발표한 각료급 지명자 5명은 백인 남성에 강경파가 주력이었다. 차기 정부가 '트럼프에게 충성하는 나이 든 백인 남자 일색'으로 꾸려질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그러자 트럼프는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직전 공화당 주류가 안심하고 소수 인종도 고개를 끄덕일 여성 지명자를 내놨다. 추수감사절 직후에는 의사 출신으로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벤 카슨을 주택장관에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도 추구하고 대통합도 모색하는 다목적 카드다.
최근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특검, 테러 용의자 물고문 등 주요 공약을 파기하거나 수정하고, 앙숙 뉴욕타임스(NYT)와 화해하는 등 선거운동 때의 강경한 태도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국무장관도 '무난하고 온건한'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고려하고 있다. 뉴트 깅리치 의원 등 공화당 강경파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할 정도이다. 워싱턴의 한 공화당 인사는 "트럼프가 재선까지 8년 임기를 내다보는 것 같다"고 했다.
유엔 대사에 지명된 헤일리 주지사는 공화당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2000년대 초반 민주당 버락 오바마에 비견될 만한 차세대 주자다. 당내 주류에 속하고 국가 안보 문제에선 강경파이다. 유엔 대사는 국제 무대에서 미국 입장을 대변하고 대통령에게 외교 조언도 하는 핵심적인 자리다. 다만, 헤일리 주지사는 외교 분야 경험은 거의 없다.
그는 열세 살 때부터 부모가 운영하던 의류점에서 일하다가 클렘슨대학에 진학해 회계학을 공부했다. 지역 상공회의소 활동을 하던 중 정치에 눈떠 200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2010년엔 주지사에 도전해 당선됐고, 2014년에 재선됐다. 헤일리가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지난해 찰스턴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백인 우월주의자가 범인으로 밝혀진 후 헤일리는 공공 장소에서 남부연합기 게양을 금지했다.
교육부 장관 내정자인 디보스는 오랫동안 '학교 선택권 확대' 등 교육 문제에 투신해온 운동가이다. 학교 선택을 위한 보조금 지원 제도(바우처 제도)와 자율성이 대폭 보장되는 학교(차터 스쿨) 확대가 목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아이들이 낙후된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 등에 다닐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전국의 교직원 단체 등이 당장 들고일어났다. 공교육을 망치는 인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디보스는 "현재의 교육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모든 학생이 최고의 잠재력을 끌어낼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디보스는 자동차 부품 업체인 프린스 코퍼레이션 창업자의 딸이다. 남편 딕은 생활용품 업체인 암웨이의 상속자로 이 부부는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였다.
로이터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상무장관으로 대선 기간 경제 자문역을 맡았던 투자 전문가 윌버 로스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사모펀드 윌버로스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로스는 월가의 기업 인수·구조조정 전문가다. 차관으로는 공화당 거액 기부자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의 공동 소유주 토드 리케츠가 거론된다.